수도권이 정체전선 영향으로 ‘물 폭탄’을 맞았다. 시간당 60㎜ 내외의 집중호우로 서울 곳곳이 침수되며 교통은 마비됐고, 경기 북부에서는 하천 범람 위기로 주민 대피령이 발령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13일 오전 호우경보와 함께 비상 대응 2단계(경계)를 발령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서울 시내 하천 29곳이 수위 상승으로 전면 통제됐다. 증산교 하부도로,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김포대로 개화육교 하부 등은 2~3시간째 물에 잠겼고, 내부순환로, 홍제천로, 가람길, 마들로 등 7개 구간도 차량 진입이 차단됐다. 연신내역 주변은 흙탕물로 잠겼으며, 강북구 우이동 도선사 진입로엔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김포공항 인근 역시 112.2㎜ 폭우로 도로가 차단돼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경기도에서는 북부 지역의 피해가 컸다. 남양주시 부평리에서는 하천이 불어나 저지대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내려졌고, 파주시 광탄면 신우교와 고양시 창릉천·풍동천 인근도 범람 위기로 인해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고립된 시민들이 소방대원과 경찰에 구조되는 상황도 잇달았다. 고양시 덕양구 내곡동의 한 비닐하우스가 침수돼 6명이 구조됐고, 양주 만송동 도로에서는 차량 3대가 침수돼 탑승자 4명이 구조됐다. 양주시 장흥면과 백석읍의 한 산장에서는 계곡물이 불어나 각각 12명과 24명, 총 36명이 고립됐다가 소방 구조대의 도움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고양 강매·서오릉·행주 지하차도, 양주 송추지하차도 등 주요 지하 차량 통행로가 침수로 전면 봉쇄됐다. 동두천 신천 수위는 4.4m로 홍수주의보를 넘어 홍수경보로 격상됐고, 가평 조종천과 포천천에도 홍수주의보가 발효됐다.
산사태 위험도 커졌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7시30분을 기해 서울·인천·경기·강원지역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상향 발령했다. 전남은 ‘경계’에서 ‘주의’로 하향 발령했다.
폭우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13~14일 수도권과 서해5도 50~150㎜(많은 곳 200㎜ 이상), 강원내륙·강원산지 30~100㎜(많은 곳 150㎜ 이상), 충남북부·충북중북부 30~80㎜(많은 곳 100㎜ 이상), 대전·세종·충남남부·충북남부 5~4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시간당 70㎜ 안팎의 ‘극한 호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북상한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고 있는 탓이다. 지난 주말 한반도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와 북쪽의 건조공기가 맞물리며 정체전선이 형성됐다. 남부지방에 머물던 정체전선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며 중부지방으로 밀려 올라온 상태다.
비는 14일 오후부터 소강상태를 보이겠다. 수도권과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15일 오전까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의정부=박재구 기자, 김이현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