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와의 전쟁’, 벌금보다 더 세게 과징금·과태료 물린다

입력 2025-08-14 02:34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노동부 제공

정부가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경제적 불이익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반복해서 사망하는 기업에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정부 조처에도 인명사고가 근절되지 않는 건설사에는 인허가 취소 처분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추진 상황 및 향후 계획’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안전 관련)법을 안 지키면서 이득을 보다가 재해가 발생한 기업에는 강한 경제적 제재를 하겠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산재 발생 기업에 실질적인 경제적 타격을 주기 위해 사망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 법인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과징금 규모는 정액으로 부과하는 방식이나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정하는 방법 등을 검토 중이다. 사고가 나지 않은 사업장이더라도 예방의 일환인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할 경우 시정 지시가 아닌 즉각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간 산재 발생 기업들은 재판을 거쳐 형사상 벌금이나 민사상 손해 배상금을 물었다. 최종 판결 및 지급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산재를 낸 기업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권 차관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평균 120만원의 벌금을 낸다”며 “제재받는 입장에선 과징금·과태료가 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재 다발 건설사의 영업정지 및 입찰 제한 가능성은 더 커진다. 현행 건설사 영업정지 및 입찰 제한 조건인 ‘동시 2명 이상 사망’은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된다. 포스코이앤씨처럼 여러 차례에 걸쳐 한 명씩 사망하는 사업장에 대한 제재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다.

또 정부의 영업정지 조치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건설사의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한다. 노동부는 건설업 외에도 산재 사망사고를 인허가 취소 사유로 반영할 수 있는 업종을 발굴하기 위해 법제처와 논의 중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원청의 책임도 강화한다. 상장사에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재해 현황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다. 또 원청으로 하여금 산재 예방 능력을 갖춘 회사와 외주 계약을 맺도록 의무 내용과 절차를 명확화하고, 불법하도급에 대한 노동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합동단속을 정례화한다. 시정 지시를 통한 기업들의 자율 개선을 도모했던 기존 산업안전감독 기조는 수사·감독 중심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전문가와 노사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