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4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해 처형과 학대 등 잔혹성과 강압을 통해 국가 통제를 유지했다며 “올해 인권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처음 발표한 인권보고서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은 지적했지만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보고서에 비해서는 내용이 크게 줄었다.
국무부는 2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주요 인권 문제로 불법적인 살인과 실종, 고문, 강제 낙태, 인신매매, 아동 노동 등을 열거한 뒤 “정부는 인권 침해를 저지른 공무원을 확인하거나 처벌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 언론을 인용해 “김정은은 (지난해) 7월 말 정부 관료들이 평안북도에서 발생한 심각한 홍수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처형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정은은 압록강 일대에 발생한 수해의 책임을 물어 간부들을 대거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 표현과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과 검열이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 헌법은 언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지만 정부는 이 권리의 행사를 금지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보고서의 북한 부분은 매년 발표된 내용과 비슷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4월에 나온 2023 인권보고서와 비교하면 북한 정치 체제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 사라졌다. 당시 보고서에서 국무부는 북한 주민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수 없으며 당국이 야당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 분량은 25장으로 전년도 53장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전년 보고서에서 7개였던 항목도 3개(생명·자유·인간안보)로 줄었다.
국무부는 한국에 대해선 17페이지 보고서를 통해 “인권 상황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법률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다”며 “독립된 언론, 효율적 사법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적 정치 시스템이 표현의 자유를 촉진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3일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노동자 권리 항목에서 의대 증원 갈등을 거론했고,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선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MBC가 서울 일일 대기오염 수준을 전하면서 파란색 숫자 ‘1’을 방송한 것을 제재한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