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한 윤석열·김건희 부부 동시 구속, 이런 일 다신 없어야

입력 2025-08-14 01:30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부인 김건희 여사도 구속됐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것도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일이지만 김 여사의 비리 의혹도 많은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국회의원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등 혐의로 구속됐는데, 영장심사 과정에서 김 여사의 6000만원 짜리 명품 목걸이 반클리프의 출처가 드러났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이 목걸이를 지인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조품이라서 재산신고 목록에서 제외했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자수서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의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이 회장으로부터 문제의 목걸이를 받았다. 김 여사는 이 회장으로부터 그의 맏사위 박성근 전 검사의 정부 요직 기용을 부탁받았다. 박 전 검사는 몇 달 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비서실장(차관급)으로 발탁됐다. 김 여사가 박 전 검사의 기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부탁했다면, 특가법상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 김 여사의 구속영장 사유에 알선수재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목걸이와 관련된 김 여사의 거짓말은 영장 발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김 여사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검은 김 여사가 친분이 있는 업체에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맡겼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어제 감사원과 이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외에도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의혹 등 김 여사 관련 의혹은 고구마 줄기처럼 뻗어 나가고 있다. 김 여사 의혹이 하도 많아서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 비리가 터져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비상계엄을 발동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 정도다.

윤 전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의 동시 구속은 일그러진 대한민국 권력의 자화상이다. ‘공정과 상식’을 부르짖으며 집권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부인의 인사청탁과 국정개입, 개인비리를 막지 못했고 오히려 휘둘렸다. 견제받지 않은 최고 권력자 부부의 일탈과 비리를 돌발적인 사고로 치부하기에는 국민적 상처가 너무 크다. 대통령 부인의 국정농단과 비리를 감시하고 견제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특별감찰관 임명을 미룰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