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이재명정부 ‘5극 3특’ 초광역권 전략의 과제

입력 2025-08-14 00:32

수도권 집중·국토 양극화 막을 지방의 광역 거점 대도시 건설
일자리·복합 문화공간 만들어 청년 유입될 여건 조성이 핵심
행정구역 통합에 머물지 말고 특화된 도시 건설해 연결해야

수도권 집중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21년부터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가 시작되면서 일부 지역만 성장하고 인구 감소 지역이 확산하는 국토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균형 발전을 위해 ‘5극 3특’이라는 초광역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5극’은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대전·세종·충청), 호남권(광주·전남)을 대상으로 하며, ‘3특’은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의 권한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초광역권 개념은 2021년 문재인정부 말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으로 제시됐으나 아직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전략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시급한 정책 방향은 무엇일까.

총인구가 감소하는 우리 상황에서 한 지역의 성장은 곧 다른 지역의 쇠퇴를 가져오는 ‘제로섬’으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모든 인구가 수도권으로만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인구 순이동 자료를 보면 20대를 포함한 청년은 수도권으로의 이동이 뚜렷하지만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지방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포착된다. 특히 지방 인구 감소 지역에서는 중장년층 이동이 늘었으나 청년 유출이 워낙 커 지역 전체로는 인구가 감소했다. 중장년층이 지방으로 이동하더라도 출산율이 낮은 수도권으로 청년이 계속 집중된다면 전국적인 인구 감소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즉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한 균형 발전은 지방에 청년이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지방에 청년을 유입시키려면 양질의 대기업·혁신기업 일자리, 의료·교육·문화·상업·주거 등 청년이 선호하는 복합 혁신 공간이 필요하다. 이런 공간은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조성이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인구와 산업이 모인 거점도시에서 가능하다. 지방에서는 광역대도시권이 이러한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다. 균형 발전에서 지방 광역대도시권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문제는 이 거점들마저 최근 대부분 인구 감소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지방 광역대도시권에서 종사자 수는 늘어 왔으나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언제 종사자 수도 줄어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직 이 지역에 남아 있는 규모의 경제마저 사라진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지방의 마지막 불씨인 지방 거점을 살리는 것이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의 초점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균형 발전을 위한 공간 전략의 해법은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이다. 모든 지역을 균일하게 발전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거점을 살리고, 주변 중소도시와 농산어촌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초광역권 내에서 각 도시들이 규모에 맞는 역할을 맡고 광역교통망으로 30분 또는 한 시간 생활권으로 연결되면 공간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장소에 모여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 초광역 메가시티의 핵심이 여기에 있으며 규모·범위·속도의 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초광역 메가시티는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초광역권 내 각 도시가 산업·의료·교육·문화·관광·상업 등에서 특화 기능을 맡고 빠른 네트워크로 연결될 때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선언적 구호만으로 균형 발전이 실현되지는 않는다. 초광역 메가시티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거버넌스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과거에도 광역경제권 등 광역 단위의 화려한 계획들이 발표됐으나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 부족, 중앙집권적인 실행 방식으로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5극 3특’의 거버넌스 체계는 재정·집행 권한과 권역 내 모든 구성원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지자체 간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도화가 필수적이다.

국가 균형 발전은 지속 가능한 국토 발전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방에 성장 거점이 형성되지 못하면 주변 지역의 성장과 발전에도 한계가 있고,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역시 막을 수 없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균형 발전 정책이 실효를 거두려면 거점과 주변이 연계되는 공간 계획과 맞물려야 하고, 지자체 간 이익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강력한 협력 체계가 제도화돼야 한다. 균형잡힌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질 수 있는 새 정부의 균형 발전 전략 추진을 기대한다.

우명제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