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은 광복절 80주년이다.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며 특별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자 아름다운 자연과 현대적 시설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 ‘하늘 아래 편안한 땅’ 충남 천안(天安)이다. 천안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역사 교육의 현장인 독립기념관이 대표적이다. 독립운동가들이 많이 배출됐다. 주변의 다양한 명소를 함께 방문하면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될 것이다.
목천읍 흑성산(해발 495m) 남동쪽 언덕에 있는 독립기념관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 역사를 기리는 중요한 장소로, 많은 이들이 방문하고 있다. 하늘을 향해 나는 새의 날개처럼 활짝 편 채 솟아오른 겨레의 탑이 눈앞에서 압도한다. 높이가 무려 51m로 웅장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겨레의 집이다. 반듯하면서도 웅장한 기와집으로, 독립기념관의 상징적인 건물이다. 내부는 넓은 기념 홀로 독립기념관의 관람이 시작되는 곳이다. 중심에는 우리 민족의 독립 정신과 강인함을 표현한 ‘불굴의 한국인 상’이 힘차다. 7개의 전시관과 MR 독립영상관, 홍보관과 체험관으로 이뤄져 있다. 방대하고 세밀한 전시물을 살피려면 3~4시간은 잡아야 한다.
광복 50주년인 1995년 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면서 나온 부재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해 전시한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 전시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독립기념관 주 건물인 겨레의 집 서쪽 해가 지는 방향에 조성해 일제 식민 통치의 몰락과 식민잔재 극복 및 청산을 강조하는 한편 총독부 중앙 첨탑 부분을 지하 5m 깊이로 반 매장해 최대한 홀대하는 방식으로 배치했다.
독립기념관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거리인 목천읍 동리마을에 ‘석오 이동녕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의장을 지낸 이동녕 선생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곳이다. 친필 서신, 임시정부 문서 등 다양한 유품이 전시돼 있어 독립운동의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왜가리 서식지로 유명한 와우산을 배경으로 들어앉은 소박한 생가 옆으로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수호신처럼 든든하다. 고향집 마당에 한적하게 앉아 있는 선생의 좌상이 반긴다.
독립기념관에서 약 10㎞ 떨어진 병천면에 ‘유관순 열사 유적’이 있다. 유관순 열사는 병천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운동을 하다 순국했다. 유적은 열사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공간으로, 열사의 동상과 초혼묘 봉안기념비, 추모각 등을 갖췄다. 기념관에서는 열사의 일대기를 전시물과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고문 체험 코너와 태극기 제작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역사 교육의 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유적지에서 유관순 열사 생가는 가깝다. 용두리 마을 입구에 생가와 다니던 매봉교회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매봉교회는 1919년 만세운동 이후 일제에 의해 폐쇄됐다가 이화여자고등학교 창립 80주년을 맞아 재건립됐다.
역사 탐방과 더불어 자연을 즐기기에도 좋다. 먼저 태조산 무장애나눔길·산림레포츠단지에서는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과 여유를 즐길 수 있다. 경사도 8% 이하로 완만하게 조성된 무장애나눔길은 휠체어 사용자, 어린이, 노약자 등 보행 약자를 비롯해 누구나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충남 최초로 숲과 레포츠를 결합한 산림레포츠단지도 있다. 높이 6~14m, 연장 510m의 곡선형활강레포츠시설, 3가지 코스로 구성된 공중네트레포츠시설, 성인과 청소년 숲모험레포츠시설, 어린이 숲모험레포츠시설을 갖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시내 복판에는 깜짝 놀랄 작품들을 만나는 예술적 감흥 충만한 천안 아라리오 조각광장이 있다. 아라리오 창업자이면서 세계적인 아트컬렉터이자 작가인 김창일 회장이 30여년 동안 세계적 작품들을 수집해 설치해 놓은 명소다.
원조 호두과자로 유명한 천안시는 ‘빵의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 천안 뚜쥬루 빵돌가마는 국내 내로라하는 제빵 대기업의 회유와 압박을 딛고 프랑스빵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한국의 재료와 감성을 녹여내 양국 문화를 잘 접목해온 원조 유럽빵 마을이다. 유럽풍 건물이 서 있고, 빵 굽는 가마솥 옆에는 뉴질랜드 ‘반지의 제왕’ 촬영지 분위기의 올록볼록한 집들이 있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웬만한 유명 여행지 부럽지 않은 사진 촬영 명소다.
여행메모
목천IC 인근 독립기념관 오후 6시까지
호두과자·순대·빵… 천안의 먹거리
목천IC 인근 독립기념관 오후 6시까지
호두과자·순대·빵… 천안의 먹거리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은 승용차를 이용하면 경부고속도로 목천나들목서 가깝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면 정상 운영한다. 입장료는 무료지만 주차료는 2000원이다.
천안의 명물 먹거리는 호두과자다. 천안 광덕 호두를 주원료로 만들어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천안 호두는 고려 충렬왕 16년 류청신 선생이 원나라에서 들여와 광덕에 심은 것이 시초로 알려졌다. 껍질이 얇고 속이 꽉 찬 열매로 무기질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아우내 장터가 있는 병천은 순대로 유명하다. 1950년대 인근 햄 공장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장날 순댓국을 만들어 팔면서 시작됐다. 잡채 대신 채소와 선지가 많이 들어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전국 3대 배 주산지 중 하나로 천안배는 밝고 선명한 황갈색을 띠며, 연하면서도 달고 시원하다. 천안에서는 요즘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가 인기다.
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