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늘도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겠노라고 전의를 불태우는 사람이 많을까. 긍정의 힘으로 충만한 이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하루하루가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새벽기도에 참석하고 큐티를 하고 1분이라도 기도하려는 건 삶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가 없는 이들이 정말 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라고 느껴진다. 내 기도 수첩 맨 앞에는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이 적혀 있다. 이 시를 거의 매일 아침 읽는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이라는 구절을 소리 내 되뇐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길이 어떻게 하면 새로운 길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한다. 시인처럼 길에서 민들레와 까치와 아가씨를 보러 밖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고 자세히 본다. 응시하며 바람을 느낀다. 보고 느끼는 일에 집중하면 생각이 멈춘다. 그 순간만큼은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와 앞날에 대한 불안이 나를 들볶지 못한다. 감각에 집중하는 사이 하루라는 선물을 귀하게 받들고픈 마음이 싹튼다. 나는 또 새로운 길에 서 있다.
정혜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