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된 북한 노동자 하루 18시간 노예처럼 일해”

입력 2025-08-13 00:01
북한 노동자가 재건작업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 쿠르스크지역. TASS연합뉴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의 엄격한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거의 노예처럼 일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가 올해 5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BBC는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부족해진 러시아의 노동력을 북한인들이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서 탈출한 북한 노동자 6명의 증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러시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북한 보위부 요원 감시를 받으며 고층 아파트 등 건설 현장으로 직행한다. 합숙소는 현장의 비좁은 화물 컨테이너다. 하루 18시간 작업에 투입되며 일과는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다. 1년에 휴일은 이틀뿐이다.

북한에서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로 러시아 파견직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하지만 소득 대부분을 ‘충성 자금’ 명목으로 북한에 보낸다. 남는 소득은 월 100~200달러(13만~26만원)에 그친다. 이마저도 장부에 기록했다가 귀국 때 돌려주는 방식이고 ‘국가에서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탈주 노동자 A씨는 용돈을 모아 몰래 중고 스마트폰을 샀고, 한국 노동자 임금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을 본 후 탈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숙소를 빠져나온 뒤 변호사 도움을 받아 한국행에 성공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자아비판 강화, 외출 축소 등 숙소 통제를 강화해 과거보다 탈출이 훨씬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지난해 북한 노동자 1만명이 러시아로 파견됐고 올해 5만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한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취업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