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만으론 한계”… 궁극적 해법은 ‘위험의 외주화’ 차단

입력 2025-08-12 18:52

이재명정부가 노동자 사망 산업재해에 강력 제재를 공언하면서 건설업계가 초긴장 모드다. 정부의 노동자 산재 근절 기조에는 노동계와 산업계 이견이 없다. 다만 처벌 일변도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불법 하도급 관행과 관리·감독 부재, 저가 수주 경쟁, 고령자·외국인 중심의 인력구성 등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산재 근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사망 산재가 4명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금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대통령이 법률상 가능한 제재 방안을 모두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이 대통령은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직보하라”고도 했다. 10대 건설사 한 관계자는 “업계가 잔뜩 위축됐다”며 “기존 안전관리 시스템이 달라지진 않지만 그럼에도 더 검토하고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중대재해 문제를 챙기고 정부가 강경 대응을 천명한 것은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대환영”이라면서도 “불법 하도급 입찰 속에서 비용은 줄이고, 공사 기간은 단축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법 하도급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관행으로 꼽힌다. 현행법에서 하도급은 엄격한 규정에 따라 가능하고, 재하도급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국토교통부가 상반기 전국 건설 현장 1607곳을 단속한 결과 불법 하도급이 3분의 1 이상(37.9%)을 차지했고, 단속 사유 1위에 올랐다.

국내 산재 사망 약 80%가 50인 미만 중소업체에서 발생하는 것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하청과 재하청이 거듭될수록 안전 체계가 미흡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업체는 비용과 공사기간 단축 압박으로 인해 위험에 노출된다. 건설노조 한 관계자는 “모두가 불법 하도급의 존재를 알지만 너무 만연해 있어 별 문제로 삼고 있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저가 입찰, 공사기간 단축 등의 관행도 안전을 거스르는 이슈다. 시공사는 이윤 확보를 위해 인력과 안전 비용을 줄이고, 노동자는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공정 압박에 몰린다. 안전은 도외시된다. 공공 발주도 마찬가지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대표 사례다. 건설사들은 안전 확보를 위해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이 적잖다.

건설 현장이 미숙련 고령 노동자와 외국인으로 채워지는 것도 위협을 높인다. 외국인은 언어 소통이 어렵고, 고령자는 상대적으로 신체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 중 외국인 비중이 2022~2024년 9.7→10.5→12.3%로 매년 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안전한 작업을 위해선 공사기간 확보와 안전 관련 증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