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막았지만 “배신자” 난타전

입력 2025-08-12 18:53
국민의힘 8·22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대표 후보들이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 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장동혁·안철수·김문수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2일 8·22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 합동연설회에 ‘전대 난입 소동’을 일으켰던 전한길씨를 출입금지 조치하는 등 논란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 연설회에서도 전씨가 촉발한 ‘배신자 갈등’이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쏟아지는 “배신자” 연호에 찬탄(탄핵 찬성)파 후보가 연설을 시작하지 못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조경태 당대표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반탄(탄핵 반대)파 후보 지지자들은 배신자 구호를 쏟아냈다. 터져나오는 고성과 야유 속에 원색적 욕설도 들렸다. 장내 소란에 사회자가 직접 나서서 “많은 당원·국민이 지켜보신다”며 세 차례 제지했지만 고성이 사그라지지 않으면서 연설이 지연됐다. 조 후보는 “국민을 배신하고 당원을 배신한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헌법의 가치와 법치를 지키는 정통 보수 정당으로서 부정선거와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이들을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철수 후보 연설 때도 곳곳에서 배신자 구호가 나왔다. 앞서 전씨는 지난 8일 대구 합동연설회에서 찬탄파 후보들을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며 당원들을 선동했고, 그 과정에서 물통이 날아들거나 몸싸움이 벌어졌다. 안 후보는 전씨를 겨냥해 “한 마리 미꾸라지가 난동을 부렸다”며 “과거의 굴레를 끊고 보수정당의 근본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반탄파 후보들이 연설에 나서자 찬탄파 지지자들이 줄줄이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김문수 후보는 전날 내란 특검 참고인 조사를 받은 조 후보를 겨냥해 “특검에 동조하며 우리 당을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내부총질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대표가 되면 이재명 대통령 재판 계속 촉구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겠다”며 “다 함께 이재명 독재를 끝내자”고 말했다.

장동혁 후보는 “해산해야 할 정당은 끊임없이 반헌법적 의회 폭거를 일삼고 있는 민주당”이라며 “이 대통령을 다시 재판정에 세우고, 반드시 탄핵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이날 “정권에 이어 당까지 말아먹으려는 윤 어게인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켜야 한다. 혁신 후보들을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겸직하던 여의도연구원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5~6일 이뤄진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 관련 국민의힘의 반성과 사과가 충분했다’는 비율은 국민의 23%였고, 70대 이상에서도 26%에 불과했다”며 “이것이 현재의 민심”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이강민 기자 ri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