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여부가 결정된 12일 김건희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여사 측과 특검은 약 4시간 동안 구속 필요성을 두고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를 제공한 기업 측의 자수서를 근거로 수사 방해와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이에 김 여사 측은 “고가 목걸이 등을 받은 적 없다”며 특검이 제기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특검은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서희건설이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제공했던 반클리프앤아펠 스노플레이크 목걸이를 증거로 제시했다. 김 여사 오빠의 장모 자택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해당 모델의 모조품도 함께 내놨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진품 목걸이 바꿔치기를 통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취지로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목걸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것으로 진품은 6000만원이 넘는다.
특검은 서희건설 측이 제출한 자수서 내용과 사업가 서모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5000만원 상당의 시계 등과 관련한 15장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여사 측은 특검이 내보인 반클리프 목걸이 진품과 자수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반박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실질심사에서는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의 특검 팀장급들이 참석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여사 측에서는 유정화·최지우·채명성 변호사가 참여했다. 검은 치마 정장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김 여사는 “명품 선물 사실대로 (조사에서) 진술한 게 맞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관 312호 법정으로 향했다.
양측은 ‘증거인멸 우려’를 두고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였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인용 직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노트북을 포맷하고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한 점 등이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80페이지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로 특검팀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여사는 최후진술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결혼 전 문제들까지 지금 계속 거론되고 있어 속상한 입장이다. 판사님께서 잘 판단해 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심사가 끝난 후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여사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를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조사했다. 김씨는 그동안 베트남에 거주하며 특검 수사에 불응해 왔다. 특검은 김씨가 김 여사를 앞세워 대기업과 금융·증권사로부터 184억원대 투자를 받아내고, 이 중 46억원을 차명 법인을 세워 부당 취득한 것으로 의심한다. 김씨는 귀국 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김 여사 집사가 아니다.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재현 양한주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