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일본오픈’ 제패 연덕춘, 84년 만에 이름·국적 찾았다

입력 2025-08-13 02:07
1941년 일본오픈 우승 후 트로피를 들고 있는 연덕춘(왼쪽) KPGA 고문.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12일 공개된 복원 트로피 모습.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유실됐던 트로피를 당시 형태 그대로 복원한 뒤 우승 당시 새겨졌던 일본 이름 대신 ‘연덕춘’으로 표기했다. KPGA 제공, 뉴시스

대한민국 1호 프로골프 선수 고(故) 연덕춘(1916~2004) 고문이 84년 만에 본래 이름과 국적을 되찾았다.

연 고문은 1941년 ‘일본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인 최초의 일본오픈 제패이자, 한국 선수가 해외 무대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1936년 손기정의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수상과 함께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공식 기록엔 그의 이름 대신 일본인 ‘노부하라 도쿠하루(延原 德春)’로 기재가 됐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대한골프협회(KGA)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본골프협회(JGA)와 협의를 시작해 지난 4월 우승자 표기 및 국적 변경을 결정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유실된 우승 트로피 복원 작업도 진행했다. KPGA는 일본골프박물관이 보관 중인 원본을 토대로 복원 작업을 진행해 새 트로피를 완성했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김원섭 KPGA 회장, 강형모 KGA 회장, 야마나카 히로시 JGA 최고운영책임자(COO), 연 고문의 외손자 문성욱 프로 등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연 고문의 이름 및 국적이 변경된 경위 소개에 이어 복원 트로피가 공개됐고, 향후 독립기념관 기증 계획도 발표됐다.

김원섭 회장은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도 올바른 한국 골프 역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마나카 COO는 “공식 기록에 한국인 ‘연덕춘’으로 남게 돼 영광”이라며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이런 기념식을 치르게 돼 뜻깊다”고 전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