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초격차, 세계 최초 ‘마이크로 RGB TV’ 출시

입력 2025-08-13 00:13
삼성전자 모델들이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 플래그십 매장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출고가는 4490만원이다. 삼성전자 제공

19년 동안 세계 TV 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으로 수성에 나섰다. 현존 LCD TV의 정점으로 평가되는 ‘마이크로 RGB TV’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력 차이를 확인시키며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115형 마이크로 RGB TV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출고가는 4490만원으로, 현대차 세단 그랜저와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초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 뒤 내년에는 화면 크기와 가격대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로 RGB TV는 백색 또는 청색의 단일 광원을 사용하던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와 달리 빨강·초록·파랑 3색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개별 발광다이오드(LED)칩 크기를 머리카락보다 얇은 100마이크로미터(㎛)이하로 줄여 보다 정교한 색상 및 밝기 제어가 가능하다. 이종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3색 백라이트를 개별 구동해 단일 백색 광원에서 발생하던 혼색 없이 높은 색 순도를 구현한다”며 “기존 TV보다 색재현률이 35%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화질 역시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내부에 탑재된 마이크로 RGB AI 엔진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색감을 찾아낸다. 저화질 콘텐츠를 고화질로 변환하는 ‘AI 업스케일링 프로’와 빠른 움직임을 보정해 왜곡을 줄여주는 ‘AI 모션 인핸서 프로’ 기능을 구비했다. 여기에 화면에 미세 요철 구조를 적용해 실내 조명 등 빛 반사로 인한 눈부심을 최소화하는 ‘글레어 프리’ 기술까지 갖췄다.

오랜 기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 온 한국 TV 업계는 최근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으로 점유율 28%를 기록하며 1위를 지켰지만, 지난해 1분기 점유율 39%에 비하면 11%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2위를 차지한 하이센스는 점유율 20%로, 삼성과의 격차를 1년 전 25% 포인트에서 8% 포인트로 대폭 좁혔다. 3위 TCL 역시 같은 기간 점유율이 13%에서 19%로 상승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 RGB LED 기술을 기반으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LCD TV로 양분된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OLED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확보하면서, 중저가 LCD TV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국 제품과는 품질에서 차이를 벌린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TV 기업 하이센스는 올해 CES에서 116형 RGB LED TV 제품을 공개했지만, LED 칩 크기가 100~500㎛여서 ‘미니 LED’로 분류됐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