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로 정치인들이 정청래 신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고언을 쏟아냈다. 비상계엄 극복에 힘을 쏟되 국민 통합 및 정치 복원의 가치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다.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정세균 전 국회의장) “과유불급을 잊지 말아야 한다”(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의 당부가 이어졌다.
문 전 의장은 12일 민주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에서 정 대표에게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과유불급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과제는 오래 끌지 말되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전 의장 역시 정치 실종이 윤석열정부 실패의 원인이라며 집권여당이라면 당원 이외 국민까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전 의장은 “당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도 존중받고 함께해야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언급됐다. 이용득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데 여론조사(지지율)는 뚝 떨어졌다”며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가라’ ‘국민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던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라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취임 이래 “악수도 사람과 하는 것” “통합진보당 사례에 따르면 10번, 100번 정당 해산시켜야 한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해 강경 메시지를 내왔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개헌 화두를 꺼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개헌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며 “2030년 대선에선 4년 중임제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개헌안을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했던 의대 증원 정책이 이공계 역량 약화로 이어졌다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정부와 당의 긴밀한 협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개별 참석자의 발언 요지를 되짚어가며 “귀한 말씀을 해주셔 당 운영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간담회에는 김원기·임채정·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도 상임고문 자격으로 참석했다.
민주당은 같은 날 오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백혜련)를 띄우고 대법관 증원과 법관 평가 강화 등을 과제로 내걸었다. 출범식에 참석한 정 대표는 “우리가 상식으로 생각하는 사법개혁에 대해 여러 저항이 따를지 모른다. 그 저항에 밀려 좌고우면하지 말고, 개혁에도 다 때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애써 달라”고 주문했다.
송경모 성윤수 한웅희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