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하는 ‘예스 재팬’과 ‘광복 80주년’… 갈라진 마케팅

입력 2025-08-13 00:13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일본 최대 잡화점 돈키호테 팝업 스토어 앞에 줄을 선 시민들. 연합뉴스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국내 유통 시장이 뒤엉켜있다. 최근 트렌드에 맞물려 다수의 일본 브랜드가 약진하는 한편 ‘애국 마케팅’도 맞물려 있는 양상이다. 일본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노재팬’ 운동의 여파가 점차 희미해진 현실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다른 한쪽에서는 편의점부터 대형마트, 식품업계까지 광복절을 기념하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의류 수입액은 6787만 달러(전년 대비 6.7% 증가)로 집계됐다. 불매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일본 맥주 수입액 역시 3531만 달러로 수입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금액이다. 2위인 미국 맥주 수입액(1572만 달러)에 비해 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일본 캐릭터 팬덤을 겨냥한 굿즈 마케팅도 ‘성공 방정식’으로 자리 잡았다. 헬로키티와 마이멜로디 등 산리오 캐릭터즈가 대표적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달 산리오와 협업해 여름 한정 제품을 출시, 품절이 이어지며 구매 수량이 제한되기도 했다.

현지 브랜드의 마케팅도 활발하다. 일본 패션 브랜드 ‘빔스’는 롯데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골드윈’과 ‘비숍’은 각각 신세계백화점과 서울 한남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편의점 GS25는 일본 종합잡화점 ‘돈키호테’와 협업해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국내 진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신세계스퀘어 데니 태극기 송출 영상. 신세계백화점 제공

같은 시기 유통업계는 광복 80주년 기념에도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벽 미디어아트로 ‘데니 태극기’를 재현하고, 독립기념관에 1억원을 기부하는 등 특별한 캠페인을 선보였다. 편의점 업계는 광복 기념 도시락을 출시해 수익금을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해태제과, 빙그레, 스타벅스, 제주삼다수 등 주요 식품업체들도 동참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J팝, 애니메이션 등 일본의 친숙한 문화와 엔저로 인해 일본 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불매운동이 자연스럽게 약화됐다”면서도 “일부 과도한 마케팅이 꾸준히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만큼 기업들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