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 철책 너머로 북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철원, 분단의 최전선에 특별한 교회가 문을 열었다. 갈등과 대립의 현장에서 ‘화해와 평화’를 외치는 신앙 공동체의 탄생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박상규 목사)는 11일 화해와평화의교회 본당에서 ‘교회 헌당 및 창립 예배’를 드렸다. 자리에는 제리 필레이 세계교회협의회(WCC) 총무, 박상규 총회장, 김남중 통일부 차관, 김준혁 송기헌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교계와 정계 인사 250여명이 함께했다.
설교자로 나선 박 총회장은 ‘하나님께서 나타나신 곳’(고전 3:16~17)이란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그는 1989년 독일 라이프치히 니콜라이교회를 예로 들며 “작은 기도가 모여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는 역사의 물줄기가 됐다. 이 교회에서의 기도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국가의 운명을 바꿨다”며 “화해와평화의교회가 민족의 장벽을 허무는 기도의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이곳에서 드려지는 기도가 분단된 조국이 하나 되는 미래를 여는 촛불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의미를 담은 화해와평화의교회의 설립은 2018년 기장 경기북노회(노회장 박문수 목사)가 설립 추진 헌의안을 상정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2022년 부지를 확정하고 이듬해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철원군청의 건축허가 최종 승인을 거쳐 지난해 6월 기공예식을 올렸으며 올해 5월 설계·시공·재정 집행을 마치고 준공했다.
교회 외관은 남북을 오가는 철원 두루미를 형상화했다. 두루미의 빨강·검정·하양 세 가지 색을 반영했으며 특히 두루미 몸체의 하양은 한 민족을 상징한다. 두루미처럼 동서남북을 자유롭게 오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예배당은 정팔각형 구조로 예수님의 산상수훈 8가지 가르침을 따르며 그 안에서 평화통일을 이루겠다는 뜻을 표현했다. 강단은 원형으로 구성해 평등을 상징하며 중앙에 세운 푸른 십자가는 희망과 통일 한국의 부활을 의미한다.
화해와평화의교회 전담 사역자로 김찬수 목사가 맡을 예정이다. 김 목사는 “이 교회의 역사는 하나님께서 시작하셨다. 하나님께서 평화통일을 반드시 이루실 것이라 믿는다”며 “날마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갈라진 이 땅을 한 걸음 한 걸음 밟으면서 평화 순례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면 축사를 통해 화해와평화의교회가 치유와 화해, 평화의 열매를 풍성히 맺는 은혜의 공간이 되길 기원했다. 그는 “한반도 분단의 경계 위에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신앙의 성소를 세우신 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님과 성도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국민 통합과 평화 실현을 위해 앞으로도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철원=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