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국 이어 미국도 석권한 ‘골든’… K문화, 자산으로 만들자

입력 2025-08-13 01:10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인공 K팝 걸그룹 헌트릭스. 왼쪽부터 조이, 루미, 미라. 이들이 극 중 부른 ‘골든’은 미국 빌보드와 영국 오피셜 메인 싱글 차트 정상을 석권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삽입곡 ‘골든(Golden)’이 지난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에 이어 이번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도 1위에 올랐다. 이 곡의 성공은 또 하나의 K팝 히트곡 차원에 그치지 않고 우리 문화에 대한 호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영화와 영화 속 노래가 촉발시킨 세계적 관심은 우리에게 한국 문화의 힘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골든은 영화 주인공인 가상의 K팝 걸그룹 헌트릭스의 곡으로 실제 노래는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 작곡가 이재(ejae·한국명 김은재) 등 한국계 미국인 3명이 불렀다. K팝 싱글곡이 미국과 영국 두 나라 차트를 석권한 건 사상 처음이다. 주목할 점은 이 곡의 성공이 팬덤의 응집력을 바탕으로 했던 기존 K팝의 흥행 공식과 다르다는 것이다. 팬덤이 없는 가상 그룹의 노래가 한국이 배경인 영화의 성공과 맞물려 정상에 올랐고, 젊은 여성 위주였던 K팝 팬의 저변을 중장년층 및 남성으로 확대했다. 영화 속 배경인 남산과 북촌 등은 외국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부상했고 영화 속 전통 캐릭터 관련 굿즈 매출도 폭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온라인 매장 일일 방문자는 7000명 수준에서 한때 60만명이 됐고, 오프라인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영화 제작·보급사가 미국이라며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 자본이 한국 문화를 대놓고 재현한 콘텐츠를 세계적으로 성공시켰다는 점이 더 의미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팝 팬덤이 더 확장돼 다양한 문화 콘텐츠 소비로까지 연결됐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케데헌과 골든의 성공을 일시적 현상에 머무르게 해선 안 된다. K팝 외에도 다양한 문화 창작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