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첨단기술, 에너지, 조선, 방산 등 다방면에서 베트남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섰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에 강점이 있는 기업들은 베트남과 협력해 인공지능 전환(AX) 플랫폼 개발과 AI 데이터센터 사업 등을 추진키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산업통상자원부, 베트남 대사관, 베트남 재무부와 공동으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을 열었다. 11년 만에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당서기장의 방한을 계기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는 양국 민간기업, 기관 간 총 52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중 KT는 베트남 국영 기업 비엣텔 그룹과 베트남 고유의 언어와 문화, 행정 환경을 학습한 ‘국가 범용 AI 언어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육·행정·공공 서비스 전반에 AI 모델을 활용해 베트남의 디지털 주권 확보와 국가 차원의 AI 활용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의료·국방·미디어 등 베트남 핵심 산업에 최적화된 ‘버티컬 AX 플랫폼’도 구축해 현장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키로 했다.
AI 인재 양성도 추진한다. KT는 비엣텔과 함께 국가 범용 AI 언어 모델 연구 개발과 실증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베트남 국민이 일상에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 AX 전문 교육 프로그램과 관련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인증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다.
LG CNS는 베트남우정통신그룹(VNPT),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과 베트남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0메가와트(㎿)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데이터센터 설비와 서버, 스토리지 등의 하드웨어 장비, 통신, 회선 등 네트워크 영역까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 협력을 진행키로 했다. LG CNS는 최근 국내 기업 최초로 인도네시아에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베트남에서도 데이터센터 사업에 나서며 동남아시아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CNS는 VNPT와 스마트팩토리·물류 등 스마트엔지니어링 분야에서의 협력도 폭넓게 추진할 계획이다. 베트남 정부는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경제 발전을 국가 핵심 과제로 선정해 제조 공장 자동화, 스마트물류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양사는 베트남 현지에 최적화된 스마트엔지니어링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등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