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well-dying·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제도적·신앙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전 세대로 확산하면서 교계도 웰다잉 교육과 실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조력 존엄사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성경적 관점에 따른 죽음 교육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인식 변화는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삶의 일부’라는 응답은 89%에 달했다.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는 응답도 84%나 됐다. 특히 92%는 ‘죽음이나 웰다잉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죽음을 주체적으로 인식하고 제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흐름이 세대 전반으로 확산했음을 보여준다.
교회 내부에서도 관련 교육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서도 ‘교회에서 죽음에 관한 강의나 교육이 열린다면 배우고 싶다’는 응답이 78%에 달했다. 2022년 조사(64%)보다 14%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기대수명 연장과 함께 노후 기간이 길어지면서 ‘신앙 안에서의 웰다잉’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죽음에 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속에 교계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초로 ‘기독교 웰다잉 최고위 과정’을 운영하는 서울신학대(총장 황덕형) 신학전문대학원은 지난해 1기에 이어 올해 2기 학생을 모집 중이다. 과정은 4주간의 신학적 강의와 9주간의 실무 교육으로 구성된다. 호스피스, 연명의료, 말기환자 돌봄, 애도 상담 등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한다.
강의를 기획한 하도균 교수는 1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당황할 수밖에 없다”며 “신앙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죽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별 교회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수서교회(황명환 목사)는 매년 ‘죽음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과 천국 비전을 세우는 것이 건강한 가정과 교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는 취지다. 세미나와 함께 논문·에세이 공모를 진행해 교인들이 자신의 장례와 신앙고백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웰다잉의 실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는 유산기부 후원자 모임 ‘브리지소사이어티’를 출범해 생전 유언 공증을 통한 지정 기부를 장려한다. 기부금은 국내외 빈곤층 지원과 긴급구호 등에 쓰인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교회에는 고령 인구가 많아 관심을 가질 이유가 충분하다”며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삶이 나태해지기 쉽고 삶에 결론이 없다고 여길 때 바른길에서 벗어나게 된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는 날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