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이단 정보, 온라인 통해 공유할 것”

입력 2025-08-13 03:01
탁명환 소장의 세 아들인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과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 탁지웅 일본성공회 신부(왼쪽부터)가 함께 길을 걸으며 미소짓고 있다. 현대종교 제공

한국 사이비·이단 단체들이 공격적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가운데 이들의 실체를 파헤친 30여년간의 연구 자료가 온라인으로 전면 공개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단 대처 네트워크’ 구축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현대종교는 사이비·이단 및 신흥종교 일차 자료와 정보를 온라인상에 무료로 공유하는 작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종교 이사장으로서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단 대처에 관심 있는 선교사 목회자 평신도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교류할 수 있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탁 교수에 따르면 이 작업은 최근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과제로 선정돼 2027년까지 2년간 진행된다. 탁 교수는 “선친인 현대종교 설립자 탁명환(1937~94) 소장 때부터 수집된 모든 자료의 분류와 정리를 최근 마쳤다.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디지털화도 마무리됐다”며 “현대종교는 이 모든 자료의 관리자지 소유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교회와 사회에 조건 없이 제공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생전 탁명환 소장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있는 장면. 국민일보DB

한국교계에서 신흥종교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탁 소장은 1956년 신흥종교단체인 영주교의 문제점을 목격한 후 64년부터 본격적으로 신흥종교 운동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기독교의 전통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난 기독교 이단들로 분류되는 반사회적인 범죄 단체들이 그의 주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그의 맏아들인 탁 교수는 94년 부친이 한 이단 신도에게 살해당한 것을 계기로 두 동생과 함께 부친의 사역을 이어받았다. 이후 30여년간 이단 연구가와 교회사학자로서 활동하며 부친의 연구 결과를 정리하는 것을 인생 목표 중 하나로 삼아왔다. 2006년 본격적으로 자료 정리를 시작했고 20년간 정리한 자료 분량만 1.7TB에 이른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현대종교 사무실 한쪽에 사이비·이단 등의 자료를 모아 놓은 문서고 모습. 현대종교 제공

앞서 탁 교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한국 기독교계 신흥종교 운동 오디오비주얼 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탁명환의 연구 자료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책 ‘기독교이단 아카이브’(현대종교)도 발간했다. 그의 연장 선상에서 진행되는 이번 온라인 시스템 구축은 관련 자료의 단순 저장에서 나아가 무료 공개를 통해 지속 가능하고 확장성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탁 교수는 “그동안 현대종교 자료가 계속 외부로 불법 유출되고 학계나 사회에서 출처 명기 없이 도용됐지만 선한 의도로 사용된 만큼 별다른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든 자료의 출처를 정확하게 표기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에 환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탁 교수는 오프라인에서의 자료 접근성을 높이고자 ‘라키비움(Lachiveum)’ 형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성격을 융합한 개념으로 교육과 연구, 문화의 세 기능을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다. 탁 교수는 “교회사 연구를 하며 자료 보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소수만 볼 수 있는 비밀금고가 아니라 다수와 공유하는 보물 창고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계 이단 문제를 집대성한 책을 해외의 공신력 있는 출판사를 통해 영어로 발간하고 싶다”는 소망도 전했다.

무료 온라인 공개 시스템 구축으로 한국교회의 이단 대처가 더욱 체계화하면 교회를 향한 사회의 신뢰 회복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탁 교수는 “과거 교회를 향한 사회의 신뢰가 높았을 땐 교회가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종교단체를 이단 등으로 규정하는 게 효과적이었다”며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교회를 향한 세간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며 기성 교회의 위상이 약화했고 이는 곧 이단에 대처할 힘도 약화시켰다”고 우려했다.

이에 탁 교수는 “이단 종교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교회가 피해자 회복에 초점 맞춰 이단 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교회가 연대해 이단에 대처하고 개교회와 지역교회 차원의 피해자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