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53> 밧세바

입력 2025-08-12 03:17

저를 향해 돌을 던져도 좋아요
그날 저녁 왕궁 옥상을 거니시던
당신이 저를 보았을 때
어쩌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는지도 몰라요
그것이 죄라면
제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주세요
그러나 죄의 깊이만큼
더 처절한 통곡의 눈물을 쏟으며
제단 앞으로 나아가 엎드리고 또 엎드렸어요
저 역시 당신만큼 뼈가 마르고
스올에 내려가는 고통을 느끼며
어둔 밤하늘의 별을 헤아렸어
아침은 외로운 밤을 지나야 밝아오기에
당신과 함께 걸어갈
사랑의 계절을 기다렸어요
우리의 사랑은
가장 깊은 상처에서 꽃으로 피어나고
사람들이 던진 돌을 품어
절망의 밤에 떠오른 별이 되게 하였어요.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 그것도 죄악인 줄 알면서 물러서지 못한 여자, 이른바 ‘주홍글씨’의 숙명을 짊어져야 했던 여자. 밧세바의 사랑은 일찍이 인류의 조상 하와가 지었던 원죄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던 사랑, 아픔과 슬픔의 험로가 예고된 사랑이다. 그런데 밧세바의 그 입지점을 딛고서 눈물의 참회를 시현(示現)한 다윗의 여호와 중심주의가 발양됐다. 더불어 그 여성성의 통곡과 참회의 곡절을 넘어서 아들 솔로몬의 영화(榮華)가 뒤따라왔다. 이 역설적 사랑의 모형을 두고 시인은 아침은 외로운 밤을 지나야 밝아오며 가장 깊은 상처에서 꽃이 피어나는 반전의 정황을 노래했다. 거기 사람들이 던진 돌을 품어 절망의 밤에 떠오른 별이 있었다. 밧세바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