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Pet+Family) 비율이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훌쩍 넘어서면서 반려가구를 겨냥한 ‘펫 가전’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반려동물 용품과 가전을 결합한 융복합 제품을 선보였고, 반려동물 특화 가전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는 미국 청소기 업체도 한국에 출사표를 던졌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 역시 신제품에 반려동물을 감안한 기능을 탑재하고 시장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캣타워와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에어로캣타워’를 한국과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집 안에 떠다니는 고양이의 털을 빨아들이는 데 특화된 설계에 반려묘가 앉는 좌석에는 온열 기능을 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11일 “고양이 친화적인 디자인에 실내 공기 관리 기능을 더해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반려묘 인구가 많은 일본 시장에서는 정식 출시 전 ‘크라우드 펀딩’ 형식 선판매에서 목표 금액의 4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바닥 관리 가전 분야 매출 1위인 비쎌도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국내 시장에 공식 진출한 비쎌은 반려동물 가정 특화 제품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 시장 진출 기자간담회에서도 반려동물 냄새 제거에 효과적인 스팀 청소기 ‘스팟클린 하이드로 스팀 프로’와 건식·습식 기능을 활용해 반려동물 오염을 청소하는 ‘크로스웨이브 옴니포스 엣지’를 신제품으로 공개했다.
국내에 진출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도 반려동물과의 동거를 고려한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에코백스는 올해 출시한 ‘디봇 X8프로 옴니’와 ‘디봇 T80 옴니’에 움직임 감지 센서를 달아 바닥에 놓인 반려동물의 밥그릇과 배변패드 등을 인식하고 피해 다닐 수 있게 했다. 브러시 역시 반려견의 털 엉킴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지난 5월 나온 로보락의 신제품 ‘사로스 Z70’도 반려동물과의 영상통화 기능과 반려동물 찾기 기능 등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는 중이다.
펫 가전 시장은 가전 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8.6%로,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려동물을 인격체로 대하는 ‘펫휴머니제이션’ 기류가 확산하며 관련 수요 역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농림축산부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연평균 9.5% 성장률을 보이며 2032년에는 21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