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 연체 상환자 최대 324만명 연체기록 지운다

입력 2025-08-11 18:57 수정 2025-08-12 00:35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30대 청년 자영업자 A씨는 수 년 전 창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MG새마을금고에서 400만원을 빌렸다가 코로나19 등으로 고객이 끊겨 갚지 못했다. 이후 사정이 나아져 빚을 전액 상환했지만 연체 기록이 남아 모든 신용카드가 이용 정지돼 지금까지 불편을 겪고 있다.

A씨처럼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5000만원 이하 빚을 올해 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채무자는 연체 기록이 지워지는 ‘신용 사면’을 받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1월 1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생한 5000만원 이하의 연체 빚을 올해 말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과 자영업자의 연체이력 정보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최대 324만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금융 당국의 신용 사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빚을 다 갚았으면 칭찬을 해야 하는데 연체 기록을 남겨 불이익을 주는 것은 전과자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금융위에 “이들이 일상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올해 6월 말 기준 324만명이 신용 사면 조건에 부합한다. 이 중 272만명은 이미 상환을 마쳐 연체 기록이 삭제된다. 나머지 52만명도 연말까지 빚을 다 갚으면 연체 기록을 지울 수 있다. 연체 기록이 삭제되면 신용 점수가 올라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쓸 수 있다. 신용 사면 대상자는 별도로 신청할 필요 없이 연체 기록이 자동으로 삭제된다. 자신이 대상자인지는 9월 30일 개설되는 신용정보(CB)사의 확인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2021년과 2024년에도 성실 상환자의 연체 기록을 삭제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기준이 ‘2000만원 이하 연체자’였다. 이번에 기준을 대폭 상향한 데 대해 금융위는 코로나19 관련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경기 침체가 중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만간 시행될 예정인 장기 연체 채권 채무 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의 지원 대상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자’인 점이 함께 고려됐다.

지난해 신용 사면을 받은 개인의 신용 점수는 평균 31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대 이하가 40점, 30대가 32점으로 비교적 많이 상승했다. 신용 사면을 받은 자영업자를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104점으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도덕적 해이 논란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배드뱅크로 소액 장기 연체자에 대한 채무 조정 지원이 이뤄지는데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성실 상환자에 대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최종적으로 빚을 전부 갚은 채무자만 신용 사면을 받을 수 있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이의재 이동환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