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였던 ‘밤토끼’가 폐쇄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웹툰 업계는 여전히 불법 복제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곳을 막아도 ‘뉴토끼’ ‘북토끼’ 같은 유사 사이트들이 여기저기 생겨나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웹툰을 기반으로 한 ‘K-콘텐츠’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만큼 불법 웹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웹툰작가협회는 11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에 체류 중인 뉴토끼 운영자 A씨의 국내 송환을 촉구했다. 권혁주 웹툰작가협회 회장은 “정부가 수차례 송환을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의 미온적 대응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범죄자가 특정됐음에도 실질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바라만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던 2019년 이전부터 일본에 거주했으며, 2022년 아예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화했다. 그는 웹툰 외에도 웹소설·일본 만화 등을 불법 유통하는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며 지금까지도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으로 업계는 본다. 한국의 수사당국이 A씨의 신원과 소재지를 특정했으나 일본 경찰의 비협조로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K-콘텐츠의 수출 규모가 커지면서 불법 웹툰 피해도 늘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한류 콘텐츠 불법 유통 사이트에 게시된 불법 복제물 중 71.6%(2억9650만개)가 웹툰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68.3%·2억3873만개) 대비 복제물 개수와 비중 모두 증가한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기준 불법 웹툰 유통 피해액을 약 4465억원으로 추산했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웹툰 미리보기 회차를 불법으로 퍼간 것을 적발해 삭제하면 실제로 그 전 주 대비 미리보기 매출이 오른다”고 전했다.
개별 업체들은 자체 기술로 불법 유통을 차단하는 중이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식별 정보를 삽입해 최초 불법 유출자 계정을 적발 후 차단하는 ‘툰레이더’ 시스템을 사용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1년부터 불법유통대응팀 ‘피콕’을 운영하며 불법 사이트 폐쇄 및 불법 콘텐츠 삭제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우선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웹툰 시장에 수천억원대 피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진 밤토끼 운영자 일당은 주범 1명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3억8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법 웹툰·웹소설 약 300만건을 유통한 아지툰 운영자의 경우 재범임에도 징역 2년과 약 7000만원의 추징금을 받는 데 그쳤다.
최근 국회에서도 저작권 침해 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늘리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처벌 강화와 적극적 계도가 이뤄져야 한국 웹툰 산업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