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1일 실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고가 주택 매입을 규제하고 감독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외국인이 고가 주택을 투기 목적으로 사들이면 부동산 시장 왜곡과 내국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는 해외 사례 연구에 돌입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미국·호주·싱가포르·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이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매입을 어떤 방식으로 규제하고 감독하는지 면밀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를 시에 적용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김성보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게는 내국인이 역으로 피해 보는 일이 없게 분명한 원칙을 세워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 이내로 제한한 6·27 부동산 대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외국 은행 등에서 자유롭게 대출받아 국내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투기 수요가 유입되고, 내국인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오 시장의 지시에 따라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취득을 제한하는 규제 방안과 사전 승인·허가제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또 국토부와 협의해 제도 적용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2일에도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시장 교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또 외국인의 토지·주택 매입과 관련한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국토부와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이에 지난 6월 국토부에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제한을 위한 상호주의 제도 신설 등을 제안한 것이다. 서울연구원과 협업해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 현황을 국적·연령·지역별로 분석하는 작업에도 지난달 착수했다.
서울시는 현장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외국인이 취득한 부동산 99건을 대상으로 자치구와 합동 점검을 진행해 현재까지 73건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중 허가 목적을 지키지 않은 사례 3건(거주 1건·영업 2건)을 적발해 이행 명령을 내렸다.
국세청은 지난 7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에서 고가 아파트를 편법 취득한 외국인 49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중국 국적이며, 약 40%가 한국계였다.
김용헌 기자 y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