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후보들이 유튜버 전한길씨에 대한 당의 징계 절차를 비웃듯 전씨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들이 부당한 징계라고 전씨를 옹호하고 나서면서 당내 혁신 작업은 사라지고 ‘윤 어게인’이 전당대회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8명 중 탄핵 반대파인 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 후보 4명은 전씨와 고성국씨 등 보수 유튜버가 공동 개최하는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100분 토론회’에 참석했다. 당권에 도전하는 김문수·장동혁 후보도 최근 같은 방송에 출연했었다. 강성 당심에 호소하려는 반탄 후보의 전대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셈이다.
김재원 후보는 전씨 징계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언론인 자격으로 전당대회 취재를 했다고 들었는데,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일종의 보복 조치”라고 답했다. 다른 후보들도 “방청객 호응이 컸던 것”(김태우) “분명히 먼저 저쪽(김근식 후보)에서 싸움을 건 것이고, 정당한 대응을 했다”(손범규) 등으로 전씨를 옹호했다. 김민수 후보는 “전씨는 지난해 12월 3일 이후 국민의힘이 어려울 때 혜성처럼 나타났다”며 “힘들 때 이용하고 싸움이 끝나면 내팽개치기 때문에 우리 당의 전사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당내에서는 “수치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당 지도부가 약속한 혁신 전대는커녕 지리멸렬하게 되풀이됐던 탄핵 찬반 수준을 넘어 이제는 ‘친길(친전한길) 대 반길(반전한길)’ 구도로 폭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3선 신성범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의 기강, 규율, 질서가 이렇게 무너진 것은 처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전씨 입당 소식이 알려졌을 때 “호들갑 떨 것 없다”며 애써 무시했던 당 지도부가 오히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대응 논의에 들어갔다. 당 윤리위원회는 회의에서 징계 개시를 의결하고 전씨에게 소명자료 제출과 출석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윤리위는 14일 회의에서 전씨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탈당 권유, 제명 등 중징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상원 당 윤리위원장은 “합동연설회가 적법 절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배신자’ 소리를 지르면 안 된다”며 “개인적으로는 전씨 행동이 가볍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도 전씨의 전당대회 행사장 출입을 금지하고 소란이 발생하면 엄중 경고하기로 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근식·양향자 최고위원 후보, 우재준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한동훈 전 대표와 함께 광주에서 열린 김화진 전남도당위원장 취임식에 참석했다. 당대표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도 참석했다. 한 전 대표와 안 후보가 만난 것은 20여일 만이다. 찬탄 진영도 ‘반(反)극우 연대’ 결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