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적자의 늪에 빠지고 있다. 이미 포화인 시장에 신규 사업자까지 진입하면서 ‘하늘길 출혈 경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LCC업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적자 구조를 벗어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7월 LCC 국제선 이용객은 1856만명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의 1820만명을 웃돌았다. 일본 여행 수요와 단거리 노선 선호 덕분이다. 그러나 탑승객 증가가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가격 인하 경쟁으로 항공료가 낮아진 데다 고유가·고환율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했다. 특히 달러 강세는 항공기를 리스로 운용하는 LCC들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2분기 4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9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1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9억원 적자)보다 폭이 확대됐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60억원, 300억원으로 흑자를 유지했지만 전년 대비 83.9%, 52.0% 급감한 수준이다. 에어부산도 2분기 11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전년 동기 181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2분기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영업손실은 약 500억원, 제주항공은 400억원 안팎이 예상된다.
출혈 경쟁은 당분간 더 심해질 전망이다. 플라이강원에서 재출범한 파라타항공이 하반기 본격 영업에 나서면 국내 LCC 사업자는 9개로 늘어난다. 파라타항공은 최근 A330-200 기종을 도입했고, 올해 안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북미 등 장거리 노선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좁은 시장에 사업자가 계속 늘어나면 가격 인하 압박이 심해지고 적자 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거리 국제선이 주력인 LCC들은 시장 포화와 원가 부담 속에서 향후 1년 이상 힘겨운 경쟁이 예상된다. 적어도 내년 말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통합에 따른 시장 재편 전까지는 ‘버티기 전략’이 불가피하다. 반면 FSC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분기 영업이익 3990억원, 당기순이익 395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13.4% 늘었다. 성수기 여객 수요와 효율적 공급 운용으로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LCC들의 인수·합병(M&A)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꼽는다. 과도한 출혈경쟁을 해소하려는 전략 차원에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LCC 1위인 제주항공도 운용 중인 항공기가 40여 대에 불과하다. LCC 간 M&A를 통해 100대 이상을 보유한 대형 LCC가 등장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에어아시아, 라이언에어 같은 해외 LCC와도 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