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급한 불 껐다… DL, 자금 투입 결정

입력 2025-08-12 00:19
여천NCC 제1사업장 야경. 여천NCC 홈페이지

부도 위기에 직면했던 국내 3위 에틸렌 생산 업체 여천NCC가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두고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과 대립각을 세우던 DL그룹이 입장을 선회해 DL케미칼에 대한 자금지원을 결정하면서다.

DL케미칼은 11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약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DL그룹 지주회사인 DL은 DL케미칼 주식 82만3086주를 약 17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DL은 “한화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테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여천NCC에 대한 경영 상황을 꼼꼼히 분석한 뒤에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과 자생력 확보 방안을 도출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천NCC는 3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을 상황이었다.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추가 자금지원을 두고 정면충돌하면서 워크아웃 현실화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한화는 양사가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고, DL은 경영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 없이 자금만 넣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DL그룹이 한발 물러나면서 여천NCC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는 넘기게 됐다.

다만 대주주 간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 DL 측은 “증자만 반복하는 것은 여천NCC 경쟁력에 해악을 끼치는 ‘묻지마 지원’”이라며 “한화는 여천NCC가 손해 볼 수밖에 없는 가격에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고 가시를 날렸다. 이에 한화 측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며 “오히려 여천NCC는 DL케미칼에 에틸렌 등을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공급하다가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법인세 등 추징액 1006억원을 부과받았다”고 역공을 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