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을 포함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안을 재가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위안부 공금 횡령, 뇌물 등으로 사법부의 심판을 받은 이들에 대한 사면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사면권을 행사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면을 통해 “사회적 갈등이 봉합되고 국민 대통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으나 국민의 정서와는 괴리가 있다. 통합이라고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친여권 내 계파 간 통합, 아니면 야권의 비리 인사들까지 포함한 정치권의 ‘짬짜미’ 통합에 불과하다.
정부는 조 전 대표를 포함한 83만6687명에 대해 오는 15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정치인·주요 공직자 27명과 경제인 16명 등이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 외에도 조 전 대표의 아내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최강욱 전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이 명단에 들었고, 윤건영 의원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 친문재인계 인사들도 사면 대상이 됐다. 야권에서는 홍문종·정찬민·심학봉 전 의원 등이 포함됐는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사면을 요청했다가 그 사실이 알려지자 요청을 철회했던 인물들이다. 친여권 내 계파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야권 인사까지 끼워넣은 모양새다. 하지만 명단 속 정치인 중 국민 통합의 명분에 부합하는 인물을 찾는 것은 어렵다. 입시 비리와 횡령, 뇌물, 부당 특채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에 대한 사면이 어떻게 국민 통합의 근거가 되는지 알 수 없다.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에 따른 혼란이 여전한데 오히려 국론 분열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인사들이 반성은커녕 사법부를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도 문제다. 정부가 사법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판결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들에 대한 사면은 사법부 무력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국민 통합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면은 정부의 국정 운영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극한 진영 대결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이들에 대한 사면으로 정부가 새로운 논란거리를 던져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통합을 강조해 온 새 정부가 이전의 정부들과는 좀 다를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에게 이번 사면이 어떤 메시지로 다가갈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