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교체 기한 앞둔 구단들, 베테랑도 쳐낸다

입력 2025-08-12 01:06

프로야구 구단들이 포스트시즌에 나설 외국인 선수 등록 기한을 앞두고 교체 작업을 단행하고 있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이나 부상으로 교체가 이뤄졌던 것과는 다르다. 준수한 성적을 낸 선수는 물론 화려한 이력을 지닌 베테랑도 방출 대상에 올랐다. 정규시즌 막바지 순위싸움을 넘어 가을 무대를 겨냥해 승부수를 띄우는 모습이다.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는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진다. LG는 톨허스트 영입 과정에서 엘리저 에르난데스를 떠나보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가을 영웅’으로 활약했다. 구원 투수로 6경기에 나서 1홀드 3세이브를 기록하며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에선 전 경기에 등판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둔 최동원을 연상케 하며 ‘엘동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만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4승(4패)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하며 1위 팀 외국인 선수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LG로서는 다가올 포스트시즌보다 눈앞에 놓인 정규시즌 우승에 일조할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다.

3위 롯데 자이언츠는 ‘10승 투수’를 교체하는 모험을 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롯데에 합류한 터커 데이비슨은 지난 6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이 경기는 그의 라스트 댄스가 됐다. 롯데는 다음날 데이비슨과 결별하고 새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스를 영입했다.

데이비슨은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롯데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펼쳤던 시즌 초반과 달리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난조를 보였다. 8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롯데는 알렉 감보아처럼 상대 선발을 압도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를 원했다.

방출 칼날엔 ‘구관’도 예외가 없었다. 5강 싸움에 한창인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를 보내고 앤드류 스티븐슨을 맞이했다. 로하스는 KT에서만 6년을 몸담은 장수 외인이다. 2020년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고, 올해는 리그 외국인 선수 최다 홈런 기록(175개)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저조한 타율(0.239)이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선수가 포스트시즌 무대에 뛰려면 오는 15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KIA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은 리그 홈런 2위(24개)지만 생산력이 떨어져 ‘공갈포’라는 취급을 받고 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