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슈터’ 계보 잇는 유기상 ‘죽음의 조’ 탈출 견인

입력 2025-08-12 01:10

새로운 ‘조선의 슈터’로 떠오른 유기상(LG·사진)이 아시아컵 3경기에서 폭발적인 3점슛 능력을 뽐내며 한국 농구 대표팀의 ‘죽음의 조’ 탈출을 이끌었다. 한동안 전문 슈터 명맥이 끊겼던 대표팀은 유기상의 등장으로 전통의 ‘양궁 농구’라는 팀 색깔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유기상은 11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3점포 8방을 곁들여 28점 3스틸로 펄펄 날았다. FIBA 랭킹 53위의 한국은 직전 대회 준우승팀 레바논(29위)을 97대 86으로 꺾고 예선 2승 1패를 달성, A조 2위로 8강 결정전에 올랐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유기상에게 돌아갔다. 유기상은 “내가 해야 할 역할이 3점슛을 넣는 것”이라며 “어느 팀과 붙더라도 우리가 강한 상황은 아니다. 이제 지면 끝이라는 생각을 갖고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 호주(7위)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3점포 1개를 가동한 유기상은 카타르(87위)를 상대로 7방, 레바논전에서 8방을 꽂는 절정의 슛 감각을 선보였다. 3경기 3점슛 성공률은 59.3%(27개 중 16개 성공)에 달했다. 유기상은 상대 장신 선수들의 수비 견제에 몸이 흐트러지는 상황에서도 연달아 3점슛을 꽂아 넣는 매서운 집중력을 보여줬다.

한국 대표팀은 과거 신동파를 시작으로 이충희, 김현준, 문경은, 조성민 등으로 이어지는 슈터 계보가 존재했다. 하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조성민을 끝으로 국제무대에서 통하는 슈터를 찾지 못했다.

한국은 레바논전에서 총 22개의 3점포를 꽂았다. 유기상과 나란히 28점을 쏟아낸 해외파 이현중(나가사키)이 7개의 3점슛을 보태며 공격을 쌍끌이했다. 여준석(시애틀대), 이정현(소노) 등 주축 2명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만났지만 나머지 10명의 터프한 수비가 곁들여져 위기를 극복했다. 하윤기(KT), 이승현(현대모비스), 김종규(정관장) 등 빅맨들은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온몸을 던졌다.

안준호 감독은 “약속드린 대로 ‘죽음의 조’에서 탈출했으나 아직 전설은 되지 못했다”며 “특유의 컬러인 스피드와 디펜스, 외곽슛을 앞세워 남은 경기에 임하겠다.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12일 B조 3위 괌(88위)과 8강행 다툼을 벌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