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범이라는 단어가 오히려 기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난 좀 특이해’라고 느낀 적 있을 겁니다. 조금 이상한 것이 어쩌면 정상일지 모르죠. 그래서 저는 평범한 사람보다 ‘별종’에 공감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시즌2로 돌아온 팀 버튼(67) 감독은 1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린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작품은 영화 ‘가위손’(1990) ‘빅 피쉬’(2003)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등 괴짜 이야기로 잔혹 동화 같은 특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그가 처음 도전한 시리즈물로, 시즌1에 이어 연출을 맡았다.
‘웬즈데이’는 환영을 보는 괴짜 소녀 웬즈데이 아담스(제나 오르테가)가 다양한 괴짜들이 모인 학교 네버모어 아카데미에 들어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헤쳐가는 판타지물이다. 2022년 공개 이래 누적 시청 17억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어권 TV쇼 부문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비영어권 작품까지 합하면 ‘오징어 게임 1’에 이은 전체 2위다.
버튼 감독은 “시즌1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른 채 그냥 만들었다. 성공 요인을 과도하게 분석하려 들었다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시즌2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만들었다. 다만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와의 접점을 자꾸 찾으려 하면 (작품이) 기성품처럼 되고 만다. 개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즌2는 두 개의 파트로 나뉜다. 지난 6일 공개된 파트1은 한국(3위)을 제외한 전 세계 92개국에서 시청 1위를 기록 중이다. 버튼 감독은 “이번 시즌은 가족 서사를 깊이 있게 다룬다”며 “특히 웬즈데이와 엄마 모티시아(캐서린 제타 존스), 외할머니 헤스터 프럼프(조애나 럼리)까지 3대에 걸친 서사가 그려진다”고 소개했다.
웬즈데이도, 그의 친구인 늑대소녀 이니드 싱클레어도 흔히 ‘사랑스럽다’고 표현되는 전형적 소녀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 웬즈데이 역의 배우 제나 오르테가는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자아이야말로 정말 사랑스럽지 않냐”면서 “우리는 모두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니드 역의 배우 엠마 마이어스도 “괴짜이고 특이한 아이여서 더 사랑스럽다”면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세상의 기준에 맞출 필요 없다는 걸 상징하는 거 같다”고 했다.
파트1 제1화에 삽입된 ‘두개골 나무’ 에피소드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감독의 전작 ‘유령 신부’(2005) 등을 떠올리게 한다. 버튼 감독은 “질감이 살아있는 전통적인 형태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인간의 손길로 완성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진정한 창의성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나는 그 정신을 계속 가져가고 싶다”고 밝혔다.
시즌1이 흥행 면에서 ‘오징어 게임 1’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선 개의치 않아 했다. 오르테가는 “영화나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보는 건 좋지 않다”며 “나 같은 미국 캘리포니아 사람이 만든 TV쇼를 한국 팬들이 봐주시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전 세계 팬들과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버튼 감독도 “저는 성공도 실패도 해본 사람”이라며 “공들인 작품을 전 세계 사람들이 봐주신다는 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