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비자없이 오세요”… 유커에 들뜬 면세·호텔업계

입력 2025-08-12 02:18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한시적 무비자 입국이 다음 달 29일부터 허용되면서 관광업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10월 1~7일)과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면세점·호텔 업계는 조기 특수 선점전에 나섰다. ‘큰손’ 유커(단체 관광객)에서 싼커(개별 관광객)로 재편되는 중국 관광 흐름은 지방 경제에도 훈풍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11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한 252만6841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의 90% 수준까지 회복했다. 무비자 발표 직후 중국 여행 플랫폼 ‘취날’의 서울 검색량은 30분 만에 12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싼커가 늘면서 주요 관광 포인트가 서울 명동과 강남 등지에서 지방 소도시로 확산하는 새 관광 흐름이 만들어졌다. K팝 콘서트와 드라마 촬영지, 전통시장, 갯벌·청보리밭과 같은 자연 관광 등이 인기를 끌며 전국으로 발길이 넓어졌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전북 고창·전남 순천·경남 통영 등 9개 지역의 상반기 중국인 방문객은 2만2706명으로 전년 대비 14.12% 증가했다.

그러나 연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전인 2016년 최대치(806만명)에 여전히 못 미치는 수치다. 정부는 방한 외국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더디다고 판단해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

전체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이 70%에 달하는 면세업계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면세 4사(롯데·신라·신세계·현대)는 뷰티 클래스와 K콘텐츠 체험, 마이스(MICE)·인센티브 관광 등 고부가가치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위챗페이·알리페이 등 간편결제 인프라도 강화했다. 중국 유통 대기업과의 네트워크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중국국영면세점그룹 모기업인 중국여유그룹 임원진과, 신세계면세점은 우상그룹·왕푸징그룹 경영진과 각각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했다.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는 이미 국경절·추석 기간 1600개 객실 중 1500실 예약이 완료됐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는 인천 그랜드 하얏트 웨스트타워(500객실) 인수 협상을 통해 수용력 확충을 추진 중이다. 호텔신라는 자사 글로벌 멤버십 ‘신라리워즈’ 중국 본토 회원 수가 전년 대비 230%, 홍콩·대만 회원 수가 15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정부와 업계는 약 80만명의 중국 관광객 증가와 1조6000억원의 소비 효과를 기대 중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한·중이 올해와 내년 각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아 양국 간 외교·문화장관 접촉이 확대되며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싼커의 증가로 올다무(올리브영·다이소·무신사), 대형마트와 뷰티·패션업계까지 폭넓은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