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한길 전당대회냐’… 야당은 이런 조롱 두렵지 않은가

입력 2025-08-12 01:10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지난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전한길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전씨가 지난 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한 후보들에게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소란을 피웠으나 그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국민의힘은 현장에서 아무런 제지를 하지 못했다. 당 지도부는 뒤늦게 전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으나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 절반은 징계를 반대했다. 김민수, 김재원, 김태우, 손범규 최고위원 후보들은 어제 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토론회에 전씨와 함께 출연해 “징계는 부당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당의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이 주목을 받아야 할 시점에 전씨 징계 여부가 모든 이슈를 가려버리고 있다.

400만명이 넘는 당원과 107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있는 제1야당의 전당대회가 전씨 문제로 희화화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방청석 연단에 올라 집단적인 야유와 고함을 공공연히 선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엄중하다”며 “조속히 결론을 내려달라”고 당 윤리위원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당 윤리위는 전씨의 해명을 듣기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결론을 오는 14일로 미뤘다. 이 와중에 전씨는 오늘 부산에서 열리는 두 번째 합동연설회에도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이 전씨의 전당대회장 출입을 금지시켰고, 당 선관위가 전씨에게 “장내 질서문란행위가 발생하면 엄중 경고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지만 전씨는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마저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칫 당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재명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데 당력을 모아도 국민들의 지지를 되찾기 쉽지 않은 마당에 언제까지 ‘전한길 전당대회냐’라는 조롱을 듣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