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성공회 “과거 식민지 지배의 죄 깊이 회개”

입력 2025-08-12 03:02
일본성공회 성직자들이 지난해 10월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한일성공회 선교협력 40주년 기념대회’의 일환으로 4·3사건 희생자 추도예배를 함께 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리에 주교, 타카하시 주교, 하세가와 주교, 이소 주교, 무토 주교, 니시하라 주교. 대한성공회 제공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본성공회(수좌주교 우에하라 에이쇼)가 과거 자국의 식민지배를 죄로 고백하고 한반도 분단 책임까지 통감한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성공회는 10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2025년 8·15 한일성공회 공동선언문’에서 “과거 한반도에 가한 식민지 지배의 죄를 깊이 회개한다”며 “우리의 조상들이 한반도 형제자매들에게 씌운 상처와 아픔, 그리고 그로 인해 일어난 남북분단을 잊지 않으며 주님의 용서하심 안에서 진정한 화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대한성공회(의장주교 박동신)는 이에 “‘서로 친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엡 4:32)는 말씀처럼 우리 양국의 성공회는 용서와 사랑으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다.

양국 성공회의 이 같은 공동선언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 선언 이후 6년 만이다. 한일성공회는 선언문에서 “한국의 광복과 일본의 패전 80주년을 맞아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화해와 평화의 소명을 되새긴다”고 전했다.

이번 과거사 참회는 한일성공회가 41년에 걸쳐서 해온 교류의 연장선상에 있다. 양국은 지난 1984년 공식 협력을 시작할 당시부터 ‘한국 측의 고통과 한을 함께 나누고 일본의 잘못에 대해 사죄와 회개의 마음으로 털어놓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졌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도예배를 공동으로 열어 일본의 침략이 분단의 고통으로 이어졌음을 고백했다.

올해 8·15 기념 한일성공회 공동선언문. 대한성공회 제공

올해 선언문은 가자지구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분쟁 속에서 ‘화평하게 하는 자’인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강조했다. 또 일본 내 신군국주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며 일본 평화헌법을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는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귀한 선물로 규정하고 이를 지키고 발전시킬 책임을 강조했다.

미래를 향한 다섯 가지 실천 계획도 선언문에 담겼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섬기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되 미움보다 사랑으로 응답할 것을 다짐했다. 또 군사적 대결보다 대화와 협력에 헌신하고 한반도 평화 통일의 동반자가 되며 젊은 세대와 여성을 중심으로 한 교류를 지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대한성공회 관계자는 “이번 선언은 일본의 신군국주의와 전 지구적 위기라는 시대적 과제에 응답하려는 노력”이라며 “광복 80주년을 맞아 과거로부터 이어진 참회의 의미를 더욱 깊이 새기는 다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