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규제 법안(MiCA) 제도 정비,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 통과에 이어 국내에서도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테이블코인 규율법을 발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원화 같은 법정화폐 가치에 1대1 연동돼 안정성을 확보한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송금·자산 이전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도구다.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미국 재무부는 최대 6조6000억 달러의 은행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법안 통과 직후 비자(Visa) 주가는 3.2%, 마스타카드(Mastercard) 주가는 2.9% 하락했다. 높은 예대 마진과 카드 수수료에 의존해온 전통 금융 모델이 스테이블코인에 의해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효과 약화, 외환규제 우회,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용성 부족 등의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과 뉴욕 연준의 ‘프로젝트 파인’은 토큰화된 금융 환경에서도 중앙은행이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유동성 공급과 금리 조정을 실시간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문제는 방향이 아니라 ‘시간과 준비’다. 중앙화 금융에서 탈중앙화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거대하고 낯설지만 통화정책 영향력 약화는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막는다고 대세가 멈추지 않기에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활용처 역시 뚜렷하다.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유통 대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도 대형 유통사와 토스, 카카오페이 같은 핀테크 기업이 참여한다면 지금까지 금융권이 독점하던 이익을 기업과 소비자에게 되돌릴 수 있다.
글로벌 최대 핀테크 기업 페이팔의 최고경영자(CEO) 댄 슐만은 회사의 목표를 ‘금융 민주화’라고 정의하며 “금융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은 기회조차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전통 은행과 카드사에 접근하기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혁신 기술을 통한 낮은 비용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형 은행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국내 금융산업 역시 정부 정책에 기대 고금리 이자와 과도한 카드 수수료로 성장해 왔다. 이제 스테이블코인이 불러일으킬 ‘메기효과’로 이러한 구조를 혁신할 기회가 왔다. 안 의원의 입법안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재명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입법안은 발의 과정에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학계, 금융 관련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규제나 기득권 수호를 위한 반대보다는 스테이블코인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구분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시점이다.
문철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