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타이밍 안 맞는 세제개편안

입력 2025-08-12 00:34

우리나라 국세는 총 14개 세목으로 이뤄졌고 11개의 지방세가 존재한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여기에 상속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관세, 개별소비세, 증권거래세 비중이 다음이다. 주식 거래가 활발했던 코로나19 당시에는 주식시장 참여자가 15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많아져 증권거래세가 높기도 했다. 경제활동인구의 높은 비중이 주식시장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소득세에서는 근로소득세 비중이 가장 크고, 2020년 이후 양도소득세가 종합소득세를 앞질렀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아닌 세제개편안은 3년 만에 나왔다. 세법개정안은 매년 발표되며, 14개 세목에서 개별 세목 개정이 해당된다. 하지만 세제개편안은 세제 전 분야를 개편하게 된다. 주요 내용은 법인세율 2022년 수준으로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보유금액 변경, 증권거래세율 2023년 수준으로 인상, 감액배당에 대한 과세범위 조정,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이다. 법인세를 제외하고 모두 주식시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따라서 세제개편안이 아니라 세법개정안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다.

최근 국내 주가가 오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거시경제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주가가 오르는 이유에는 상법 개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각종 정상화법도 있었다. 무엇보다 저평가된 국내 주식이 후발주자로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2019년 이후 코로나 국면을 거치며 미국, 일본, 유럽 주가는 최근까지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가율은 43~50%에 이른다. 뒤늦게 우리나라 코스피도 2019년 말 2800대 후반에서 올해 6월 말 3000을 돌파했는데, 6.3% 증가했을 뿐이다. 현재 수준인 3200으로 계산해도 증가율은 11.3%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가 5000 시대’ 공약도 있었고 이와 관련한 위원회도 설치됐다. 주가가 박스권에 있다가 탈출했다고 해서 세제개편을 하더라도 세수가 얼마가 더 걷힐지 명확하지 않다. 특히 10억원 기준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박스권에 있는 주가로 인해 세수가 더 많이 걷히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지금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세제개편일 다음 날 우리나라의 시가총액이 100조원 이상 사라지는 블랙프라이데이가 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마찬가지인데, 세율이 너무 높고 배당성향 등 조건이 까다롭다.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을 장려하면서도 세금을 위해 정책이 나왔다고 의심할 정도다. 증권거래세율은 금투세를 염두에 두고 하향했기 때문에, 금투세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상복구하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는 하나의 시장에서만 비교하지만, 금투세 때도 그렇고 부동산시장과 비교하는 일도 많아진다. 즉 해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거나 부동산으로 다시 돈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관련 세제개편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타이밍이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박스권 타이밍에 시장을 망가뜨리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오히려 해외만큼 주가 상승이 되는 박스권을 벗어날 때 점진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예전에 이재명 대통령이 시장을 방문했을 때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상인들이 물건이 많이 팔려 감사하다는 것이 아니라 주식시장을 살려줘 고마워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요즘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이 많다. 해외 주식에서 국내 주식으로 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를 부과하면 조세 부문보다 시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조세 저항도 더 심할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