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과 이춘석. 두 국회의원의 공통점은 국회 회의 중 사적 자산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2023년 5월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 의혹이 불거진 지 2년 만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의 본회의 중 주식거래 사실이 공개되면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국민대표가 본회의장에서 투자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직무전념 의무 위반을 넘어 공직윤리 붕괴를 상징한다.
문제는 단순한 도덕적 해이가 아니다. 두 의원 모두 교묘하게 기존 법망을 회피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재산을 투명하게 신고하고, 3000만원 이상 주식 보유 시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의무화해 사익 추구를 차단해 왔다. 김 전 의원은 가상자산이 당시 신고대상이 아니라는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거액 자산을 은닉했고, 이 의원은 보좌관 명의의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며 차명거래 의혹까지 받고 있다. 차명거래가 사실이라면 금융실명법 위반까지 더해진다.
더욱 심각한 건 이해충돌 가능성이다. 김 전 의원은 2021년 가상자산 과세유예 법안을 공동 발의한 당사자였다. 이 의원 역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 정책을 담당하면서 정부의 ‘국가대표 AI’ 사업 발표 당일 선정된 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했다. 이는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있다.
두 의원의 대응은 더욱 실망스럽다. 김 전 의원은 “당시 공직자윤리법상 가상자산이 신고 대상이 아니므로 위법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결국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으로 복귀했다. 이 의원도 “국회 보좌관의 휴대전화를 들고 가서 본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차명거래를 부인하며 자진 탈당으로 의혹 확산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본회의장에서 주식 차트를 보는 모습이 드러난 상황에서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
‘김남국 사태’ 이후 국회의 대응은 더욱 한심하다. 국회는 부랴부랴 가상자산을 재산신고 대상에 포함시키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적용 시점을 다음 해로 설정해 기존 보유분에 대해서는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의원들의 가상자산 전수조사에도 착수했지만 정작 배우자나 부모 등 직계존속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무엇보다 김 전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제명 권고를 윤리특별위원회가 부결시키며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를 재현했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기존 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우선돼야 한다. 보좌관 명의로 주식을 거래한 것이 사실이라면 공직자윤리법 회피를 위한 금융실명제법 3조 3항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조항은 탈법행위 목적 차명거래를 금지하며,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이 따른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윤리특위 상설화와 윤리조사국 신설을 추진해 상시 감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및 공개제도와 주식 백지신탁 제도의 허점도 철저히 보완해야 한다. 현재 실효성이 떨어지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요식적 재산심사 체계를 바꿔야 하며, 신고 기준 우회를 막아야 한다. 고위공직자 부동산·주식 등 거래내역 신고제를 도입한다면 신고 시점 외에 발생하는 공직자들의 거래행위도 투명하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 윤리강령에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품위 유지, 공익 우선, 부정이득 금지, 건전한 정치풍토 조성, 국민에 대한 책임 등 5가지 의무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 모든 기준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2, 제3의 김남국·이춘석이 나타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라는 자각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제도도 무용지물이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