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 규제 후 위축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6주 만에 소폭 반등하면서 집값 불안정 재점화 우려가 나온다. 거래량 급감 속 일부 고가 거래의 ‘착시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공급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대규모 공급 수치만 앞세우고 실제 공급은 지지부진했던 지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실행 동력 확보와 구체적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0.14%다. 6·27 대출 규제 발표 후 6주 만에 오름폭이 확대(0.12→0.14%)했다. 강남(0.11→0.15%), 성동(0.22→0.33%), 용산(0.17→0.22%), 마포(0.11→0.14%), 강동(0.07→0.14%), 광진(0.17→0.24%) 등 ‘한강벨트’ 상승 폭이 커졌다. 과천(0.29→0.34%)과 성남 분당(0.25→0.47%) 등에서도 반등했다.
억대 상승 거래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 강남자곡아이파크(전용 74.97㎡)는 지난 2일 17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6월 6일 16억2000만원 이후 약 2달 만에 1억3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마포구 마포경남아너스빌(전용 84㎡)은 지난 4일 13억9000만원에 거래돼 규제 전인 6월 21일 13억원보다 9000만원 올랐다.
집값 안정을 위해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지속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상승률 반등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 예단은 어렵다”면서도 “유동성 확대와 상승 기대심리가 여전해 보인다. 공급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의 공급대책은 이달 중으로 예상되지만 다음 달로 연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을지연습 기간(18~21일)과 한·미정상회담 일정(미정)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오는 13일 국정기획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큰 틀의 부동산정책 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 활용한 주택 공급,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3기 신도시 공급 가속화, 기존 신규택지 내 공급 물량 확대, 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 등 공공주택 확대 등이 공급 대책으로 언급돼 왔다.
전문가들은 ‘숫자만 거창한 공급 계획’을 경계한다. 앞선 정부들에서 나온 대규모 공급계획이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정책 추진 현황 분석체계 구축 방향 연구’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년 2개월간 부동산시장 관련 세부 정책 과제가 390개 발표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시행 단계에 이른 건 59%(230건)에 그쳤다. 공급 대책 세부 과제는 시행률(55.5%)이 더 적었다. 문재인정부도 공공부지와 유휴부지 개발로 수도권 내 3만3000가구 공급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500가구 이상 공급 대상지 가운데 현재 착공된 곳은 한 곳뿐이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주민 협의와 지자체 협조 등 실행 동력 확보가 관건”이라며 “‘계획과 실행의 간극’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과거 정부들에선 상상력만으로 나온 정책이 많았다”며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 부지확보 등 확실한 로드맵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