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 등 복합 위기에 처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직접 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기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재편하게끔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24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도 각각 904억원, 4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금호석유화학은 6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45%가량 급감했다. 3분기 역시 어두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는 등 위기 극복에 부심하고 있다. LG화학은 전지소재·친환경소재·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 외에 미래 산업과 시너지가 제한적인 사업에 대해선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있다. 기업 내에서 알짜로 꼽히는 워터솔루션 사업도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율촌산단에 국내 최대 규모 단일 컴파운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오는 10월부터 일부 양산에 들어간다. 또 자산 경량화를 통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해 1조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태양관 사업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이런 자구책만으로는 장기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정부 정책은 기업 스스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 설비 폐쇄,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설비 운영 효율화, 신사업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자발적인 재편을 유인하기 위해 법제 정비, 금융·세제 지원책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어 후속 지원 대책을 통해 경쟁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범용 석화 제품 생산 체계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연구개발(R&D)을 지원할 방침이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6월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된 상태다. 특별법은 정부가 석화 산업 사업 재편 촉진을 위해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고, 사업 재편을 승인받은 기업이 다른 사업자와 공동행위를 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른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받지 않도록 특례를 두는 내용이 담겼다. 석화 사업자에 대해 전기요금을 감면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