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임시 국무회의에서 광복절 특사의 면면이 확정된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통과한 대상자 명단에는 비리 정치인이 다수 포함됐다. 조국, 최강욱(이상 입시 비리), 윤미향(위안부 공금 횡령), 홍문종(횡령·뇌물), 정찬민, 심학봉(이상 뇌물) 전 의원의 사면 여부는 이제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사면권은 헌법이 허용했지만 형벌의 평등 원칙에 위배되기에 예외적,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권한이다. 그래서 오직 대통령만 갖도록 한 것이고, 사면권 행사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도 오롯이 대통령을 향하게 된다. 지난 정권에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광복절 특사와 보궐선거 공천은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윤석열 대통령 몰락의 신호탄이 됐다. 양날의 검과 흡사한 사면권을 이 대통령은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사면에 내재된 불공정을 우리 사회는 국민 통합, 인도주의, 국익 등을 위해 꼭 필요할 때 수용해 왔다. 암묵적 기준을 과도하게 넘어서면 어떤 형태로든 국정에 타격이 미치곤 했다. 국무회의 테이블에 오른 정치인은 누구도 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조 전 의원의 자녀 입시 비리는 극단적 국론 분열을 부른 사건이었다. 보수 정당이 ‘탄핵의 강’에서 허우적대듯이, 진보 정당이 빠졌던 ‘조국의 강’은 정권을 내주는 단초가 됐을 만큼 국민의 공분이 컸다. 극한 대결의 진영 정치가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가열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두 차례 정권 교체를 거쳐서야 비로소 ‘통합과 실용’을 말하는 정부에 이른 지금, 형기의 3분 1밖에 못 채운 그의 사면은 통합은커녕 반발과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윤 전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을 횡령했다. 국민이 수용할 사면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을뿐더러, 특히 광복절 특사로 거론될 수 없는 비리를 저질렀다. 더욱이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범죄 사실에도 반성과 자숙 대신 “(나를) 욕하는 것들이 불쌍하다”며 사면에 비판적인 국민을 오히려 경멸하는, 오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 출신 정치인(홍문종 정찬민 심학봉)이 사면 대상 명단에 포함된 것은 정치적 거래 외에 다른 명분을 찾기 어렵다. 대통령실에 이들의 사면을 요청하는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가 노출되기도 했다. 여권 정치인 사면을 위해 야권 정치인, 그것도 전부 뇌물사범을 구색 맞추기로 끼워 넣은 정황이 짙다.
이번 주는 이재명정부 국정 청사진이 공개되고(국정기획위원회 보고), 이 대통령 ‘임명식’도 열린다. ‘분열 사면’ ‘내 편 사면’ ‘거래 사면’ 등 온갖 부정적 수식어가 붙을 특사 명단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다면, 미래를 말하고자 했을 이런 행사의 메시지가 과연 설득력을 가질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