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교회 발걸음… 힘든 시골 전도, 하루이틀새 거뜬

입력 2025-08-11 03:02
지난 2일 안양감리교회 장년부 성도들이 충남 논산 신기리2구 마을에서 대문 페인트칠 봉사를 하고 있다. 박지현 목사 제공

“교회에서 왔습니다. 하나님 사랑 전하러 왔어요.” 지난 8일 오후 충남 논산 신기리2구 마을 어귀에 서울 광진구 오늘의교회(백상욱 목사) 청소년부 학생들이 모였다. 칫솔·치약·수건 등 생필품을 어르신들에게 하나씩 건네던 아이들의 환한 미소와 축복 인사는 또 다른 선물이 됐다. 손주같은 아이들을 맞은 어르신들은 수박을 내밀며 반가워했고 오가는 웃음에 마을은 활기를 띠었다.

서울의 청소년들이 논산 시골 마을까지 찾아온 건 올해 초 청소년부 지도 목사인 윤석무 목사가 ‘MZ 시골목사’로 활동하는 박지현 신은교회 목사의 인스타그램을 본 게 계기가 됐다. 박 목사는 목회자지만 동시에 마을의 아들처럼, 신기리2구 마을을 돌보는 농촌 목회 일상을 꾸준히 올려 왔다. 윤 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생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섬김으로 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박 목사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청소년 수련회를 겸한 농촌 아웃리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청소년부 학생 서른 명과 교사 9명, 윤 목사까지 모두 40명이 1박 2일 일정으로 신은교회를 방문했다. 도착하자마자 마을 전도를 하고, 이튿날엔 마을회관에서 비빔면과 삼겹살을 대접하고 직접 만든 카나페를 건넸다. 농촌을 돌보는 아웃리치는 아이들에게도 돌봄의 시간이 됐다. 윤 목사는 “특히 공동체 적응이 어려웠던 한 고등학생이 이번 활동을 통해 많이 웃고 어르신들에게 칭찬을 받아 뿌듯해 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대전세상의빛이레교회 청년이 신기리2구 마을 회관에서 어르신에게 색종이 접기를 가르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 박지현 목사 제공

박 목사의 SNS를 통해 이 마을을 찾은 건 오늘의교회만이 아니다. 지난달 31일부터 2박 3일간은 안양감리교회(임용택 목사) 장년부 30여명이 ‘큰숲가꾸기’ 사역으로 이곳을 찾았다. ‘큰숲’은 전교인수련회를 통해 받은 은혜를 국내외 선교와 지역사회 섬김을 통해 나누는 안양감리교회의 대표 사역이다. 신은교회와는 2년째 동행 중이다. 지난해는 노후 계단 철거와 경사로 공사를, 올해는 사택·주방 누수로 인한 보일러 시공을 도왔다. 이번 여름에는 마을회관에서 음식 대접, 공연, 레크리에이션, 경품 추첨을 열었으며 전도와 대문 페인트칠 봉사도 함께했다.

지난달 1일부터 2일에는 대전세상의빛이레교회(이창환 목사) 청년부 15명이 신은교회 마을 인근 전도와 마을잔치로 섬겼다. 박 목사는 “도시교회가 함께하면 시골 목사 혼자 몇 주 걸릴 일이 하루 이틀 만에 된다”라면서 “37도 넘는 더위 속에 휴가를 반납하고 숙박·에어컨 시설도 부족한 시골까지 와 기쁨으로 봉사하는 모습에 큰 은혜를 받았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