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정책·감독 기능을 떼는 내용 등을 담은 경제부처 조직 개편안이 이번 주 발표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방안도 윤곽을 드러낸다. 10일 정치권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오는 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국정과제와 함께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안에는 기재부 핵심 기능 중 하나인 예산 편성권을 국무총리실 소속 기획예산처로 옮기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2008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돼 기재부로 출범한 지 17년 만에 기획예산처가 부활하는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장관급 조직이 유력하다. 현 기재부 명칭도 재정경제부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과 함께 중장기 정책 과제 수립과 추진 기능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노무현정부 당시인 2006년 기획예산처는 장기 국가발전계획인 ‘비전 2030’을 발표하는 등 중장기 정책 수립 기능을 맡았다. 이를 위해 기재부 내 나라 살림을 관리하는 재정 관련 부서와 미래전략국·경제구조개혁국 등의 역할 일부가 기획예산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공공정책 기능도 기재부에서 독립 위원회 형태로 분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개편안이 확정되면 기재부에는 세제와 경제 정책, 금융, 국고 등이 남는다.
기재부 분리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과도 맞물린다. 국정위는 최근 금융위의 국내 금융 정책 기능은 기재부에, 금융 감독 기능은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각각 넘기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낸 후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격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금융 감독 권한을 민간 기구인 금감위에 부여하는 것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2017년에 유사한 논의가 있었지만 당시 법제처는 “금융사 제재는 국민의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 권한이라 행정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금소원도 금융사 감독권이 없다면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기능도 기후·환경 부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국정위는 산업부 내 에너지실과 환경부 내 기후탄소실을 합쳐 기후에너지부를 새로 만드는 방안과 환경부에 산업부의 에너지 기능을 붙여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두고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안이라도 에너지 정책은 산업 정책과 분리 수순을 밟는다. 1993년 상공부와 동력자원부가 합쳐져 상공자원부가 출범한 후 32년 만에 산업·에너지 정책 기능이 나뉘게 된다.
새로운 기후에너지 부처는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발 관세 파고 속에 경제 안보와 직결된 에너지 정책을 산업·통상과 분리할 경우 유기적인 대응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종=양민철 기자, 김진욱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