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숫자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며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략적 측면에서 단순 병력 규모보다는 한반도에 배치된 전략자산의 효용성을 살펴 역량이 충분하다면 현재 2만8500명의 규모를 감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에 대해선 “지름길을 택하면 위험하다”며 우리 정부의 속도전을 경계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8일 주한미군 경기 평택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에서 국방부 기자단과 만나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우리의 역량을 구축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간담회 내내 “숫자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4성급 지휘관으로서 우리가 보유한 능력과 동맹국 능력을 어떻게 결합해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한·미 정상회담 때도 숫자보다는 한반도에 상주하는 우리 능력들이 어떤 게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 육군 대장으로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한다.
그는 6·25전쟁 이후 75년간 대북 억제를 위해 존재했던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를 비롯한 동맹 현대화에 대해선 “한·미동맹이 어떤 위협에도 함께 대응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세계 균형은 물론 동북아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며 “북쪽엔 핵무장한 나라도 생겼고, 점진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개입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는 대북 억제에 머무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양안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군의 역할을 요구할 것이냐는 말엔 “그렇게 단정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동맹 현대화의 초점을 확장된 억지력과 방위 역량 강화에 맞추되 실전적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내세운 셈이다.
전작권 전환에 대해선 “분명한 건 다급하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는 한 설정해놓은 계획을 있는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 여부는 전구급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검증한다. 최초작전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의 3단계 검증 과정을 거치게 돼 있다. 따라서 기존 전환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인위적으로 가속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재명정부 임기 내 전작권 환수를 언급했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을 빠르게 앞당기기 위해 지름길을 택하면 우리 태세를 위협할 것”이라며 “전환 과정에서 조건 수정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애초에 조건을 설정한 이유가 있고, 그 요인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전환) 단계에 이를 때까지 공동 평가를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택=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