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남확성기 철거… 정부, 추가 유화책 착수

입력 2025-08-10 18:48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10일 바라본 북한 초소 옆에 대남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파주=권현구 기자

북한이 우리 정부의 최전방 대북확성기 철수에 발맞춰 대남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 확성 방송 중단에 이어 우리 정부의 선제적 평화 조치에 비례 대응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남북 간 ‘선대선(善對善)’ 조치를 이어가기 위해 9·19 군사합의 복원, 평화경제특구 조성 등 추가 유화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9일 “북한군이 오전부터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10일에도 확성기 철거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가 긴장 완화 조치를 하니 북한도 비례적으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자에게 강대강이 아닌 선대선 조치를 제안했었다.

남북 간 긴장 상태와는 별개로 북한도 접경지역 긴장 완화는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월 당 창건 80주년,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대회 등을 앞두고 군사자원을 내부 경제 발전에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 간 긴장을 일정 수준 관리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북한도 긴장 완화를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가적인 대북 친화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우선 9·19 군사합의 복원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9·19 군사합의는 접경지역에서 남북 간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를 전면 효력 정지했다. 이후 접경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하고 감시초소(GP)를 복원했다. 북한도 이에 대응해 군사분계선에 신형 군사 장비 배치를 검토했고 경의선·동해선 철도와 도로 폭파, 휴전선 방벽 설치에 나섰다. 정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새 정부의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중의 하나가 9·19 군사합의 복원 조치”라고 말했다.

접경지역에 경제특구를 설정하는 평화경제특구 조성도 주요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이자 긴장 완화의 수단”이라며 “9·19 군사합의 등과 함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상황에서 당장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도 당장 대화에 나서긴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