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저하 2.4배·시력저하 땐 1.5배
LDL 높을 땐 치매 위험 33% 높여
머리외상은 66% ↑… 뇌진탕도 조심
채소·등푸른 생선·콩·견과류 등
‘뇌 건강식단’ 치매 위험 30% 낮춰
수면·치아 수·구강 위생도 중요
LDL 높을 땐 치매 위험 33% 높여
머리외상은 66% ↑… 뇌진탕도 조심
채소·등푸른 생선·콩·견과류 등
‘뇌 건강식단’ 치매 위험 30% 낮춰
수면·치아 수·구강 위생도 중요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한국에 치매 예방과 관리는 당면 숙제다. 전문가들은 치매의 위험 인자 중 조절 불가능한 것들은 나이와 여성, 가족력, 유전자(APOE4) 정도라고 말한다. 지난해 저명 의학 학술지 ‘랜싯’은 생활 속에서 14가지 위험 인자를 교정하는 것만으로 치매 유병률을 45%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생활 속에서 조절 가능
①두뇌 활동 부족(낮은 교육 수준)=활발한 두뇌 활동은 ‘인지 예비능(뇌의 병적 변화나 노화에도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 치매를 막아준다. 나이 들어서도 머리를 쓰는 여가 활동에 참여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약 60% 줄이는 거로 보고됐다. 취미 활동이나 신문·책·성경 읽기, 컴퓨터·외국어 배우기, 강좌 듣기 같은 두뇌 활동을 주 2회 이상 지속적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②청력 저하=청력 저하가 있으면 5년간 1.3~2.4배까지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청력이 10데시벨(dB) 떨어지면 치매 위험이 16% 높아진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 최성혜 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주최 미디어아카데미에서 “난청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우울은 뇌 자극 감소로 이어지고 청력 자극이 줄면서 인지 예비능도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보청기 사용 등을 통해 적극적인 청각 재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대규모 연구에서 보청기 사용 시 치매 위험이 17%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됐다.
③높은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은 동맥경화의 주범으로 뇌경색을 유발하고 뇌의 이상 단백질(베타 아밀로이드, 타우)을 쌓이게 한다. 선행 연구에서 65세 미만의 경우 LDL 콜레스테롤이 39㎎/㎗ 올라감에 따라 치매 위험은 8% 증가하고 120㎎/㎗을 넘는 높은 LDL은 위험을 33% 높였다. LDL 콜레스테롤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스타틴이 모든 치매 위험을 20%, 알츠하이머병 위험은 32% 줄인다는 보고가 있다.
④우울증=중년, 노년의 우울증은 치매 위험을 약 배 높인다. 우울에 의한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의 분비는 뇌 해마의 위축을 부르고 치매를 일으킨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경우 치매 발생을 31%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⑤머리 외상=두부 부상은 치매 위험을 66% 증가시킨다. 65세 미만에서의 두부 외상이나 남자의 경우 치매 위험이 더 높다. 반복된 뇌 손상이 신경을 손상시키고 일각에선 뇌 이상 단백질의 침착, 염증 증가 가능성도 제시됐다. 뇌진탕 같은 가벼운 두부 외상도 치매 위험을 1.18배 높인다는 연구가 있다.
⑥운동 부족=운동은 치매 위험을 20% 감소시키고 알츠하이머병은 14% 줄이는 거로 보고돼 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 조금이라도 움직일 때 치매 예방 효과가 크게 증가한다. 1주일에 적어도 150분 이상 중등도(중간)의 유산소 운동(빠르게 걷기 등) 혹은 적어도 75분 이상 격렬한 유산소 운동(달리기 등)이 권고된다. 1주일에 2일 이상 중등도 전신 근육 운동도 도움 된다.
⑦당뇨병=중년에 발생한 당뇨는 치매 위험을 24% 증가시킨다. 노년기 당뇨병도 인지 저하에 중요하지만 오래 노출되고 조절이 안 될수록 인지 기능에 악영향을 준다. 적극적인 당뇨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몇 가지 당뇨병 신약 사용 시 치매 위험이 낮았다는 연구가 있다.
⑧흡연=30년 추적 연구에서 흡연자는 치매 위험이 1.36배 높아지는 거로 확인됐다. 중년기의 흡연은 치매 위험을 더 크게 증가시킨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서 금연하면 치매 위험이 감소하고 특히 65세 전에 담배를 끊으면 효과가 더 컸다.
⑨고혈압=중년기의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Hg 이상)은 노년기 치매 위험을 높인다. 높은 혈압이 뇌 위축과 백질의 병변 증가와 관련 있다. 혈압약을 먹으면 치매 위험이 7% 낮아진다. 고혈압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치매 위험은 1.42배 증가한다.
⑩비만=58만여명 대상 연구에서 중년기의 비만이 치매 위험을 1.3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년에는 비만 못지않고 저체중도 치매 위험을 1.39배 높였다.
⑪과음=과음은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중년기에 과도한 음주(1주일에 소주 3병, 와인 2병 초과)는 뇌를 위축시키고 치매 위험을 1.18배 높인다.
⑫사회적 고립=노년기에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사회 활동이 부족하면 치매 위험이 약 1.6배 증가한다. 사회 활동은 주 1회 이상 권고된다. 친구·지인 만나기, 동호회·취미·친목단체 활동, 노인복지관·문화센터 프로그램 참여, 자원봉사 및 종교 활동 등이 권장된다.
⑬대기 오염=미세 먼지는 치매 및 인지 저하의 위험 요인이다. 프랑스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12.2㎍/㎥ 감소시키면 치매 위험이 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은 PM2.5의 연평균 농도를 5㎍/㎥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다.
⑭시력 저하=시력 손실 시 치매 위험은 1.47배 증가한다. 건강보험공단 연구에 의하면 시력 저하가 심각할수록 치매 위험이 더 커졌다. 백내장과 당뇨병성 망막증이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
뇌건강 식단 등 실천 필요
최 이사장은 아울러 “끼니마다 한 접시의 다양한 색의 야채, 주 1~2회 등푸른 생선 및 콩, 하루 한 줌의 견과류, 매일 과일, 식물성 유지방(올리브 오일, 들기름 등) 섭취 등의 뇌건강 식단을 꾸준히 실천하면 치매 위험을 30%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영양, 건강&노화)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채소와 과일, 통곡물, 견과류, 생선 등 식물성 위주로 식사하고 육류 등 포화지방 음식을 제한하는 ‘지중해식·고품질 식이’가 치매 위험을 최대 28% 늦춰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는 “반면 붉은 고기, 백미·흰 밀가루·설탕·과자·빵 등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이 패턴은 치매 위험을 최대 30%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수면과 치아 수 및 구강 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불면증이나 코골이가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이고 5시간 미만 자거나 10시간 이상의 수면은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됐다. 최 이사장은 “또 14개 연구의 메타 분석에서 치아 소실이 많은 그룹은 적은 그룹에 비해 인지 기능 저하가 1.48배 높았고 치매 위험은 1.28배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