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고정희 (17) “주님 이 아이들을 꼭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입력 2025-08-12 03:06
고정희 선교사와 고 선교사 딸 이은송씨, 한국에서 온 선교팀원들이 2019년 1월 일본 오사카 이쿠노에 있는 조선시장 앞에서 조선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고 선교사 제공

일본 오사카 타츠미 지역 내에 있는 ‘화해의 집’ 앞에서 만난 목사님은 커피 한 잔을 하자며 카페로 인도했다. 카페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목사님이 “도로 저쪽을 보라”고 하셨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카페가 있는 쪽은 세련미가 흐르고 반대편은 허름했다.

저곳은 조선인이 살아서 정부가 일부러 개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곳에 조금 전 차를 주차한 비어있는 교회가 있었다. 목사님은 우리 부부에게 그곳에서 2박 3일을 지내라고 하셨다. 조금 당황했지만 주님이 허락하신 것은 언제나 최선임을 알기에 감사로 드렸다. 밤이 돼서야 숙소에 들어온 우리 부부는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서 창문을 열었다. 커다란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말이 들렸다. 잘못 들었나 싶어서 벅찬 가슴을 안고 남편과 뛰어나갔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역시 우리 하나님!’ 오사카에서 학생이 가장 많은 조선학교였다. 하나님께서 도요타에서 우리 부부를 번쩍 들어 오사카에서 세워놓고 보게 하시는 것 같았다.

우리를 초청하신 목사님과 오사카 시내의 여기저기를 다니며 먹었지만 내 마음엔 아침에 보았던 조선 아이들만 가득했다. 주님께 왜 이곳에 오게 하셨는지 앞으로 하실 일이 무엇인지 계속 물었다. 그리고 그날 밤 우리 부부는 이곳에서 조선인을 위해 살고 싶다고 기도했다.

다음 날 아침 도요타로 돌아가기 전 초청해 주신 목사님과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혹시 오사카로 오셔서 사역하실 의향 없으신가요. 머물렀던 숙소를 사택으로 쓰실 수 있어요.”

우리 부부는 단연코 조선인을 품고 있는 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우리 속을 훤히 알고 있는 것처럼 제안하셨다. 목사님의 제안은 하나님의 일하심이었다.

도요타로 출발하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톨게이트를 지나자 비가 너무 쏟아졌다. 남편은 잠시 쉬어가고자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때 너무나도 선명하고 거대한 무지개가 앞 유리창을 가득 메웠다. 지금까지 이런 무지개를 본 적이 없다.

‘주님 이곳에서 보았던 조선학교 아이들을 기억하겠습니다. 반드시 이곳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무지개로 보여주신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우리 부부는 말없이 주체할 수 없는 눈물만 흘렸다. 너무 감사해 흐르는 눈물이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시 62:1~2)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