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기록적인 폭염 속에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이 커지면서 이재명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기후대응기금을 대폭 늘리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마련된 기후대응기금은 올해 2조6224억원이 편성돼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1%에 불과해 주요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기금 주 수입원인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이 줄고 있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금)에서 끌어오는 금액이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1일 국민일보에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권이 넓어진 만큼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기후대응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닿아있다. 이 대통령은 정부재정 지출구조조정분과 2025~2030년 연간 총수입 증가분을 통해 기후대응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21일 취임 후 첫 현장 일정에서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사전 예방을 할 수 있도록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기후대응기금은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녹색전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기후대응기금은 2조6224억원으로 GDP 대비 약 0.1%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독일(26조원) 일본(15조원) 캐나다(12조3000억원) 미국 캘리포니아주(8조원)와 큰 차이가 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기후 관련 연간 투자 규모를 GDP의 2.6~10.2%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재원 구조도 불안정하다. 주요 세입원은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부와 탄소배출권 거래 수익인데, 이 중 탄소배출권 수익은 꾸준히 줄고 있다. 부족한 재원은 공자금에서 전입해 충당해 왔다. 올해 기금 확대 시 공자금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탄소배출권 가격 인상 등 제도 개선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안정적인 기금 확대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기후대응기금은 2022년 신설 이후 규모가 4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22년 2조4594억원, 2023년 2조4867억원, 2024년 2조3918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기후 재정’이라는 틀로 관련 예산을 아우르는 통합 체계가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상헌 녹색전환연구소 이사장은 “그간 기후대응기금 규모가 충분히 늘지 못했던 건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며, 이를 확대하는 건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