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녹색채권 발행 62% 급감… 대안으로 ‘전환 금융’ 시동

입력 2025-08-12 00:13 수정 2025-08-12 00:13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녹색 채권’ 발행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대안으로 관련 기준을 완화해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이 저탄소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저탄소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녹색채권 발행 건수는 2021년 119건에서 지난해 87건으로 26.89%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 6월 30일 기준 40건이 발행됐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건 줄었다. 발행 금액으로 보면 지난해 2분기까지는 4조892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이 발행됐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1조8300억원으로 약 62% 급감했다.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지난 5월까지 녹색채권 발행액이 24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조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21년 녹색채권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에는 ESG 분야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란 인식이 있었고 연기금 등에서 필수로 해야 하는 ESG 자금 집행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는 ESG 전용 펀드일지라도 녹색채권 등 목적 채권(특정한 목적을 위해 발행된 채권)을 담기보다 ESG 등급을 확인하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추세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녹색채권의 용도가 친환경 기업 혹은 프로젝트에 한정돼 이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탄소 업종은 이러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제약으로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전환 금융이 논의되고 있다. 고탄소 기업이라고 해도 친환경으로의 방향 전환 계획이 있으면 자금을 지원한다는 개념이다. 전환 금융 분야의 선도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2021년 5월 경제산업성이 ‘기후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환 금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영국과 싱가포르 등도 전환 금융을 적극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는 금융감독원이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 기관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오는 12월 발표를 목표로 저탄소 전환 금융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는 전환 금융의 공통된 정의가 없다”며 “이 가이드라인에는 전환 금융에 대한 정의,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방지를 위한 자금 대여 기준, 자금 집행 이후 사후 관리 절차 등이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