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민주당은 특검 ‘훈수’ 거둬들여야

입력 2025-08-11 00:38

이미 가시적 성과 내는 특검
섣부른 개입 역효과만 불러
수사에 정치색 씌워선 안 돼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이 저마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개시부터 빨랐던 내란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추가로 구속 기소한 데 이어 앞선 내란 수사 단계에선 기소하지 못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했다. 김건희 특검 역시 지난 6일 김 여사를 한 차례 소환한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해병 특검은 말만 무성했던 2023년 7월 31일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VIP 격노설’을 확인한 이후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 관련 범인도피 의혹까지 수사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렇듯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특검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못 미더운 모양이다. 지난달 30일 여당은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을 맡은 전현희 의원을 필두로 위원회에서는 특검 수사를 지원하겠다는 명목하에 공격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 주어진 기간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않은 특검 기간의 연장을 거론하는가 하면, 멀쩡한 재판부를 놔두고 ‘내란 특별재판부’를 도입하겠다며 법원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특검 수사가 마냥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재구속 이후 특검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가 출국한 후 귀국하지 않거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한 경우도 있었다. 특검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사례도 종종 나왔다.

그러나 이런 난관들은 일반적인 수사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상황들이다. 이를 돌파해 나가는 것이 수사기관의 역량이고, 각 특검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는 중이다. 정치권의 지원사격 없이도 사상 최대 규모, 역대 최장 수사 기간을 부여받은 특검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상황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여당에서 나오는 메시지에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모든 의혹이 ‘유죄’라는 강한 확신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전 위원장은 “특검 기간이 부족하면 법 개정을 통해서 끝까지 간다”고 했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위원회 출범식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 등을 “법원에 의한 수사 방해”로 규정짓기도 했다.

서초동에서는 여당의 이런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특검이 기소한 사안이면 무조건 유죄를 줘야 하고, 특검이 가져온 영장은 요건에 미달하더라도 무조건 발부를 해 줘야 하느냐”며 “이럴 거면 수사는 왜 하고, 재판은 왜 하는가”라고 푸념했다.

집권여당이 섣불리 특검 수사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애초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3대 수사기관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3대 특검을 따로 출범시킨 이유는 기존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대한 불신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을 고려한다면 지금 민주당에서 마치 훈수를 두듯 나오는 논평과 메시지들은 되레 특검의 발목을 붙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권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특검이 종속된 것처럼 인식될 수 있고, 이는 곧장 특검 수사에 대한 신뢰성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30일 기자간담회 발언 역시 새겨들어야 할 지점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소를 위해서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하는 긴 시간 동안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결론을 정해두고 끼워 맞추는 식의 수사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검 수사라고 예외일 리 만무하다.

민주당은 그 조급증을 거두어들여야 한다. 각 특검은 이미 여론과 언론의 관심과 그로 인한 압박 속에서도 ‘사초를 쓰는 심정’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이 내릴 결론에 정치색을 덧씌워서는 안 될 일이다.

정현수 사회부 차장 jukebox@kmib.co.kr